1인용 식탁
윤고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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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고은의 단편집에는 9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표제작인 1인용 식탁이 가장 독특하고 작품 세계를 잘 보여주고 있는데, 분절적인 세계에 대한 작가의 고찰이 돋보인다.
표지에 디자인된 얼룩말의 외로운 식탁도 작가 의식과 잘 연결되어있다.
혼자서 외로이 식탁에 앉은 얼룩말.
야생의 세계에서 무리에서 떨어진 얼룩말은 육식 동물들의 표적이 되기 십상이지만,
표지의 얼룩말은 혼자만의 고독을 꾹꾹 눌러 씹듯 눈마저 그윽하게 감고 있다.
벽 위의 액자처럼 보이는 창문인지, 창문처럼 보이는 액자인지... 에서는 모두 네 마리의 얼룩말들이 혼자가 된 얼룩말의 식사시간을 응시한다.
간간이 보이는 사막의 그림, 또는 애플사의 사과를 한입 더 베어 문 사과의 속.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는 그림 같기도 하고, 실내의 그림 안에 들어있는 시선들 같기도 하다. 

윤고은의 전작이 어떠하였는지는 모르지만, 이 책에 담긴 단편들의 공통점이라면,
외로움이 가득 묻은 존재들의 이야기란 것이 아닐까 한다.
왠지 세상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래서 바깥에 놓인 듯하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모두들 바깥에 놓인 존재들이 아닌가 싶은 작품들. 

인물들은 회사에서 가정에서 왠지 소외된 존재들이면서,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다. 

나는 아이슬란드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가만히 앉아 있어서는 안 돼요. 더 열심히 뛰어요.
더 열심히. 남들보다 더 높이 더 힘껏. 적극적으로 뛰지 않으면 낙오되는 것. 그것이 트램펄린이고, 이 땅이에요.
모두가 정지해있지 않는 이상, 흔들림은 멈추지 않을 거고, 정지해 있기 위해 트램펄린에 오르려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우리가 태어나면 자동적으로 경쟁하게 되어 있듯이 말이죠.(257)
 
 
   

 

   
  사무실 책상 앞에 웅크리고 있으면 세상에서 명확한 것은 세 가지 뿐이라는 사실이 떠올랐다.
사막은 계속될 것이며,
오아시스는 어디에도 없을 것이고,
다만 신기루는 가끔 나타날 거라는 점. (259)
 
 
   

작가의 눈에 비친 세상은 외롭고, 한없이 구질구질한 것이지만,
자기만 그렇게 느끼는 것이 아니라, 세상 자체가 그렇게 신기루와 오아시스와 사막의 연속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글들이 이 소설집이다. 

뿌리를 내리고 정착민으로 살아가는 정주민이아니라,
덩굴 뿌리처럼 군데군데 줄기를 이루면서 뻗어가는 리좀과도 같은 삶들이 앞날을 수식할 인생들이란 이야기일 것이다. 

유목민처럼 살아가게 될 미래를 미리 준비하지 못하면,
세상은 모든 곳이 얼음의 땅 <아이슬란드>이며,
떠돌이의 생활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는 것들은 어쩌면 자동판매기에서 나오는 것들처럼 쓸쓸한 것일지도 모를 일이며,
꿈조차도 사고 팔아야될 정도로 <습관적으로 진통제를 복용>하는 삶이 우리의 미래일는지도 모를 일이라는 것. 

현실 속에서는 여기 저기에서 <달인>이 등장하여 우리를 달리라고 재촉하지만, 
윤고은의 소설 속에선 <온갖 불량 식품 판매자>나 <바바리맨>같은 현실 속 인물들이 플래카드 속으로, 그림 속으로, 젖어 들었다가 다시 튀어나오곤 하는 이물감을 보여 준다. 

지금 내가 소설을 읽고 있는 것인지, 소설 속으로 들어와 있는 것인지, 사막을 걷고 있는 것인지,
온통 옷 안이 깔깔한 모래투성이 인것도 같고, 꿈속인 것도 같다. 

1인용 식탁 앞에서도 낯설어하지 않고 스스럼없이 밥 잘 먹기.
그것이 오인용의 과제이듯이,
날마다 여러 사람들과 어울려 살면서 함께 일하는 우리들에게 주어진 과제도 사실은,
1인용 식탁 앞에서 부끄럽지 않게 또박또박 밥을 주워먹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1인용 식탁 뒤에서 나를 보고있는 나머지 4인용도,
각기의 액자 속에서 1인용 액자를 차지하고 앉아 분리된 존재들일 따름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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