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베짱이 - 화가 남궁문의 산티아고 가는 길 - 겨울 화가 남궁문의 산티아고 가는 길 계절별 시리즈 2
남궁문 지음 / 서울하우스(조형교육)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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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 문의 산티아고 순례 여행기를 처음 읽은 것도 벌서 7년쯤 지났다.
어떤 날은 그처럼 홀가분하게 모든 것을 툭 털어버리고 떠나버리고 싶기도 하고,
많은 날들은 내 몸에 걸쳐진 이 많은 짐들을 어떻게 메고 떠날 거냐고 주저 앉기도 한다.
그렇지만, 한 번도 산티아고 가는 길을 접어본 적은 없다. 

도서실에서 책 구입 신청서를 받으면 으레 한두 권의 산티아고 순례기를 신청했고,
1년에 몇 권씩은 산티아고 가는 길을 마음으로나마 걷고 있다. 

물론 묵직한 배낭과 천근 만근인 다리를 끌고 가는 길은 아닐지라도, 그들과 함께 걷는 길은 국가도 이념도 없는 곳이다.
그저 인간의 몸 하나가 어떤 존재인지를 생각해 보는 기회를 주는 길이며,
다른 인간은 나와 어떻게 다른 존재인지를 알려주는 길이다. 

남궁문 선생의 글은 가벼우면서도, 세세하지 않다. 

그의 그림처럼, 몇 번의 연필 자국만으로도 형상이 드러나는 글로 쉽게 읽으면서도 나그네의 짙은 향수가 묻어난다. 

추운 겨울에 걷는 카미노는 황량하고 쓸쓸한 길이지만, 그래서 사진으로 찍기에 환상적인 장면들이 많은 길은 아니지만,
오히려 춥고 외로운 길이기에 화가가 마음 속에 그림그리기에는 딱 알맞은 경치가 가득한 곳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곱은 손을 호호 불어가면서 드로잉하는 화가의 뒷모습을 떠올리는 일은 딱하기만 하지만... 

마지막 부분에서 70이 넘은 자그마한 체구의 아일랜드 할머니 신시아 이야기는 별것 아닌데도 감동을 주는 대목이 있다. 
삶의 마지막 고비를 넘고 있는 나이에 산티아고 길을 구부정한 몸으로 타박타박 걷는 일은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한 순간 한 순간 호흡이 가빠오는 일조차도 고맙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일까?
그러면서도 다사로운 마음을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는 일을 마다하지 않는 작은 할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왠지 그렇게 늙는 것도 아름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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