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바다 - 강제 징용자들의 눈물 보름달문고 37
문영숙 지음, 김세현 그림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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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세라는 축구 선수가 있다. 그는 이른바 재일교포로 '조선 학교' 출신이다. 그의 별명은 '인민 루니'다. 축구 귀재란 소리다.
그는 한국과 북조선의 2중국적자인데, 2006년 일본에게 지는 북조선을 보고 북조선 국적을 택하려 한다.
그러면 남조선 국적을 포기해야 하는데, 북한을 국가로 보지않는 한국은 그에게 국적 포기를 불허한다. (정말 웃기는 나라다.)
그렇지만, 그는 역설적으로 남북의 2중 국적자가 되어 FIFA 규정에 따라 어느 나라로든 출전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 월드컵에서 그는 북조선 대표선수로 출전하게 된다.(피파보다 남한은 좀 웃긴 집단인 것 같다.) 

이렇게 남한에서는 '재일교포'들의 삶이 금기시되어 왔다. 하기야 뻑하면 간첩단 사건으로 조작이나 하는 데 이용했으니...
상대적으로 북조선에서는 '자이니치'들의 삶에 관심을 가졌기에 그들은 쉽게 그들의 조국으로 북조선을 택하기도 한다. 

일본으로 갔던 징용, 징병자들에 대한 입장도 마찬가지다.
남한의 정부는 일본 정부에 강력하게 징용, 징병자들에 대한 귀환과 보상 요구를 한 적이 없다.
아마도... 남한에 인민공화국이 들어섰다면 다른 결과를 불러왔을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남한에는 미국의 조무래기인 이승만이 정권을 잡았고, 마찬가지로 미국의 조무래기인 일본과 다투지 않았다.
그 사이에서 자이니치들의 인권은 개무시 당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도대체 이런 억울한 인생들에게 '조국'이란 것은 무엇인지,
서경식 선생의 말처럼, 조국이 국민을 보호해주지 않는다면 도대체 그것은 없는 것만 못한 것이 아닌지... 많은 의문을 품게 한다. 

일제 시대 일본으로 억울하게 끌려갔거나 조선땅에서는 먹고 살 길이 막막하여 팔랑귀를 꾀어서 끌고갔던 이들의 인생은 역사에서 제대로 평가해주지 못하고 있다.
남한에서는 기민(棄民) 정책으로 자기 백성을 버리다시피 했고, 북한에서도 한때는 조국으로의 귀환을 환영했지만 경제적 어려움이 겹치면서 그 또한 돈줄로 이용당한 셈이 되어버린 경우도 많았던 모양이다. 

요즘들어 그런 아픈 이야기들을 작품으로 형상화하곤 하는데, 이런 기억들이 녹아 없어지기 전에, 국가가 하지 못하는 일이라면, (과거사 위원회를 무위로 돌리는 요즘은 현실이 무시무시하다.) 문학으로라도 남아 있어야 한다. 

약한 형을 대신하여 징용의 길을 떠난 한 소년의 무시무시한 암흑기 이야기, 탄광에서 제철소에서 거의 삼청교육대 수준의 삶을 유지하다 나가사키 히로시마의 원폭을 경험하는 이야기는 사뭇 검은 일본의 잔상과 오버랩된다. 

오늘 일본에서는 하토야마 총리가 사의를 표했다. 오키나와의 후텐마 미군기지 이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등 인기가 급락했다는데... 아직도 한반도와 일본과 미국의 세력 관계는 오리무중 속의 미국 횡포를 벗어날 수 없는 모양이라 답답한 뉴스다. (그나저나 이런 일로 총리가 사의를 표하는 정치는 그나마 좀 멋있다. 국가 안보를 지옥으로 보내놓고 희희낙낙하는 자를 보는 일은 역겹다.)

[한겨레 프리즘] 후텐마는 묻는다/ 국제뉴스팀장 김영희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42354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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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절로 2010-06-03 14: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문학으로나마 남아있어야한다..울고싶어요.울게해주세요!

글샘 2010-06-03 15:42   좋아요 1 | URL
이 시대를 살았던 분들, 한 분 한 분 돌아가실텐데... 역사가 기록하지 못한다면, 문학이라도 기록해야죠. 슬픈 현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