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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노마드 유목하는 인간
자크 아탈리 지음, 이효숙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5년 3월
평점 :
절판
들뢰즈가 만들었다는 노마드라는 말이 21세기 초를 장악했다.
21세기를 시작한 것은 밀레니엄이라는 시끄러운 상업적 축제가 아니었다.
2001.9.11의 무서운 사건이 20세기 인간의 바벨탑에 검은 연기를 피워올리면서 21세기는 시작되었다.
20세기의 양차 대전 이후 한국, 베트남, 중동, 이라크, 동유럽 내전 등으로 hot war가 끊이지 않았던 것에 비하자면,
21세기 벽두의 검은 연기는 <악의 축> 미국에 의해 일어난 것이 아니라(뭐, 자작극설이 돌기도 하지만) 미국에 대한 도전이었다는 차이가 있을 뿐, 여전히 원리는 무시된 시대임은 변함이 없다.
자크 아탈리의 이 책은 무척이나 장황하다는 느낌을 준다.
노마드의 철학적 탐색에 치우쳤던 앞서의 논의를 바탕으로,
이 책에서는 통시적 썰을 풀기 시작하는데, 세계사에 나오는 온갖 이동성을 모두 끌어 모았다.
농경부족 외의 이동들을 모두 노마드적 사건들로 엮어들이는 것은 좀 억지스럽기도 하고 재미없는 면도 있다.
이렇게 두꺼운 책 말고, 100페이지 안쪽으로 되는 가벼운 책이었다면 좋았을 거란 생각이 많이 드는 책.
그나마 자크 아탈리의 작업이 마음에 드는 것은 처음에 한 페이지 분량으로, 다음에 몇 페이지 분량으로 요약한 것을 앞세우고 자세한 설명을 뒤에 덧붙였다는 점.
그는 길에 있다. 집을 떠나지 않은 채로.
그는 집에 있다. 길에서 떠나지 않은 채로.(일본의 공안)
미래의 인간은 10억 이상의 인구가 정주민의 삶을 버리고 유목민의 삶을 택할 것이라고 자크 아탈리는 예측한다.
인터넷 세상도 곧 집을 떠나지 않은 채로 소통하는 길이나 마찬가지고,
길에서도 집을 콘트롤할 수 있는 세상은 이미 도래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약속이란 것이 필요없는, 실시간 문자와 통화의 세상. 모든 인간은 유목민이 되어버린 것인지도 모르겠다.
시장, 종교, 민주주의가 제국과 국가를 약화시킬 것이라고 예측하였지만,
또 나름의 이익에 따라 국가는 재편되면서 강화되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고,
시장과 종교도 국가라는 틀을 심하게 벗어나지 못하는 경향도 있어 단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인프라노마드와 정착민, 그리고 하이퍼노마드란 개념도 조금 진부하고 작위적이다.
정착민의 삶 자체가 현대화되면서 불안정해졌는데, 과연 하이퍼노마드라는 개념이 지칭하는 바가 명확할 수 있을 것인지...
조금 안쓰러운 개념이다.
노마드는 좋아서 움직이는 게 아니다.
그들은 사라져버리는 것을 거부하기 때문에 노마드가 된 것이다.(토인비)
미래의 노마드적 삶에 토인비의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래의 삶에서 생존전략은 당연히 노마드의 그것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리라.
김문수가 들으면 좋아할 말일까? 철새 정치인이란 말 대신에...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