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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민주주의를 말한다 - 시민을 위한 민주주의 특강
도정일.박원순 외 지음 / 휴머니스트 / 2010년 5월
평점 :
이 책의 열 두 사람 이야기의 결론은 이거다.
대한민국은 한 번도 민주주의 국가였던 적이 없다.
민주주의를 국가가 나서서 실천하려 했던 적이 없다.(국민의 정부, 참여 정부조차도)
그래서 다시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은 지금, 민주주의가 한 방에 훅~ 가는 일이 생긴 것이다.
숭례문이 불탈 때, 국가의 초석이 무너지는 아픔을 느꼈다.
그 해, 여름을 불태웠던 촛불 집회의 발랄함도 이제 갓 취임했을 뿐인 머저리를 탄핵할 순 없었다.
용산에서 참사가 일어나고,
급기야 전임 대통령의 의문사에 이어,
군함이 바다에 퐁당 빠졌을 때도,
쉬쉬하며 비밀을 유지하기에 급급했을 뿐, 국가는 국민을 '의문' 속에서 회오리치게 방임했다.
그 사이에 대운하는 취소되었으며, 4대강을 개발할 뿐이고,
국가의 온갖 재정은 압박받으면서 보이지 않는 강바닥으로 온갖 재정이 녹아들고 있었고,
깡패 경찰은 국민의 눈과 입을 막았으며,
방송 장악으로 국민의 귀마저 틀어 막았다.
민주주의란 피를 먹고 자라는 나무다.
박정희의 피를 먹은 전두환은 광주의 학살극을 벌이고,
광주의 영혼은 다시 전두환을 잡았지만, 민주주의 해본적이 없는 정치권은 아직도 '야당의 존재'마저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토록 치열했던 토론들이 무성했던 인터넷 대화들도,
몇 방의 처치로 금세 잦아드는 것이 현실 정치임에랴...
민주주의를 체계적으로 가르친 적이 없는 학교.
민주주의를 배워본 적이 없는 교사들.
권력의 억압에서 본때를 배운 386들은 아직도 민주주의를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의 학교는 교사들도 억압자이고, 학부모들도 억압자이다.
아니, 학생들 스스로가 스스로의 미래를 억압하는 가장 큰 원동력으로 기여하는 셈인 것이다.
길거리로 나서지 않고 스펙을 관리하는 학생을 길러낸 자본주의는 참으로 위대한 것인지...
진중권의 이야기는 쿨하면서 재미있고, 좀 가볍고,
한홍구의 역사 얘기는 간결하게 정리 쌈박하면서도 묵직하다.
도정일의 입론은 충분히 도입의 역할을 하고 있다.
위기가 닥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할 때,
알고도 대처하지 않거나 못할 때,
틀린 방식으로 대처했을 때,
너무 늦게 대처했을 때... 사회는 실패한다.(제레드 다이아몬드)
한국의 민주주의가 실패한 원인을 비유적으로 잘 짚고 있다.
박원순의 이야기는 참 긍정적으로 보이면서도 막연하고
오연호의 과거 이야기는 자꾸 나를 슬프게 만든다.
정희진의 이야기는 뭔가 생각을 툭,툭 끊어지게 만들지만, 곱씹어볼 과제를 자꾸 던져주는 강의였고,
홍성욱의 하이브리드는 미래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라고 잔소리한다.
이 책을 읽으려는 사람은, 사실 이 책에서 배울 것이 별로 없을지도 모른다.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은 '지식'이기보다는 '정신'이기 때문이다.
마인드를 바꾸기 위해 이런 강의를 들어야 하는 것이지, 의지를 다지려고 읽기에는 늘 목마른 강의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