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 이야기 인물로 보는 우리 역사 5
박윤규 지음 / 보물창고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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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들의 삶을 이야기하는 일은 쉽지 않다.
예술하는 사람들이 예사 사람들과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인데,
그러다 보면 기행을 일삼기도 하고, 조금은 광적인 일화들로 전기가 메워질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런 부분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다 보면, 예술가의 본질을 읽는 일을 놓쳐버릴 수도 있다. 

이 책은 우리 역사 속의 예술가들에 대한 글이지만, 상당히 주체적인 관점에서 서술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주체성이라고 해서 팔이 안으로만 굽는 국수주의적 시각이라기 보다는,
지배자 중심의 관점으로 오해를 얻고 있는 처지의 예술가들에게도 색다른 시선에서 바라본 관점을 제시하는 점이 좋다는 뜻이다. 

정지상이나 김시습, 허균이나 김병연에 대한 서술이 그렇다. 

또한 황진이나 신인선(사임당 신씨의 이름이란다.)의 기술도 독창적인 면이 돋보인다. 

역사를 쓴다는 것은 지배 계급의 관점에 유리하도록 기술하기 쉬운데,
신라계의 김부식이 쓴 삼국사기 속에서 서경파 정지상이 제대로 기술될 수 없는 노릇이며,
남성 중심의 사관으로 보면 여성들의 이야기는 '야사'에 머무르기 쉬운 것이다.
뭐, 이러니 저러니 해도, 5만원 권에 신사임당의 얼굴을 넣은 일은 예술과 여성에 대한 관점의 전환으로 보기엔 우스운 노릇이긴 하지만... 

월명사나 김대성의 이야기처럼 '향가'나 '신라시대 역사'를 공부할 수 있는 재료가 되기도 하고,
균여, 정지상, 이규보처럼 고려의 역사 한 대목을 공부할 수도 있다. 

역사란 것은 이런 이야기들을 읽어둔 다음에 연대기적 서술을 배울 수 있어야 제대로 직조가 되는 씨줄과 날줄이 아닌가 싶다. 그저 구석기 시대부터 일제강점기까지 사건 사고들을 나열하는 것으로는 암기식 수업 외에 다른 관점을 주기 어렵다.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은 다양해야 한다.
왕조 중심의 서술로 중심을 잡을 필요도 있지만,
사건 중심의 서술로 사관의 다양함을 경험할 필요도 있고,
인물 중심의 서술로 관점의 상이함을 공부할 필요도 있다. 

한국처럼 '단 한 종의 국사 교과서'가 오류 투성이가 아니라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이렇게 폐쇄적인 역사(국사라는 일본식 어휘는 사라져야 한다.)관을 가진 국가에서 '국사 교육 강화'를 운운하는 일은
곧 국수적이고 닫힌 관점의 사관을 '주체적'이라든가, '민족적'이라는 이름 아래 주입하는 삐뚤어진 사관을 심어주는 일이 될 수도 있어 무작정 국사 교육 강화를 주장하는 일은 나쁜 일이다. 

잘못된 역사 교육을 강화하는 일은 안 가르치느니만 못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조선이나 열라 가르치고, 한국의 현대사는 스리슬쩍 넘어가려 하는,
더더군다나 대부분의 학교에서 채택한 가장 좋은 '근현대사 교과서'를 왜곡 수정하려는 정권 하에서는 차라리 눈 감으라고 하는 일이 낫다. 

아이들에게 한국 현대사의 '팩트'를 말해주면 당황해한다.
'국민의용군'이나 '골로 간다'의 어원인 '민간인 학살'이나 '보도연맹' 사건 등에 대한 팩트도 교과서에서 다룰 수 없는 판국에, 현대사를 운운하는 일은 참으로 곤란한 지경에 닥치게 되는 경험을 하게 한다. 

어려서부터 올바른 관점을 갖도록 이런 책들이 많이 읽혔으면 한다.  

어린이날 초딩 고학년 선물로 이 시리즈,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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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5-04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윤규 선생님이 쓴 이 시리즈 한 권밖에 못 봤지만 참 좋다고 느꼈어요.
이 분이 역사탐험대도 모집한대서 들어가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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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10-05-05 22:09   좋아요 0 | URL
저는 전쟁영웅, 선비학자에 이어서 예술가 이야기까지... 3권 읽었네요.
근데, 참 신선한 시선이 느껴졌습니다. 보통 아이들 전기가 30년 전이랑 별로 역사관이 다르지 않은 충성, 효도에 머무는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