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의 역사 한홍구의 현대사 특강 2
한홍구 지음 / 한겨레출판 / 201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가슴이 뜨거워지고 피눈물이 흐르는 광주에서 출발하여,
김대중과 노무현을 평가하면서 민주주의의 나무가 자란 과정을 살펴 보다가,
돼먹지 않은 이명박에게 패배할 수밖에 없는 <야당>으로 끝을 맺는다. 

결국 이 특강은 광주 시대의 죽음인 2009년의 노무현 사망 사건과 김대중 사망의 국면에서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정치판을 <온고지신>의 마음으로 읽으려 했던 노력으로 볼 수 있다. 

한국 사회의 지나온 30년을 이렇게 잘 정리한 책을 찾기는 드물 성 싶다. 
이전에 한홍구가 쓴 대한민국사 같은 책들이 가진 가치는 개별 사건에 대한 상세한 연구 쪽이었다면,
이 책은 그야말로, 시사적인 사안들이 너무도 중차대하여 말하지 않을 수 없는 <시론 時論>의 성격이 짙다.
그래서 이 책은 주변의 사람들에게 반드시 권해야 할 책으로 보인다. 

강풀의 26년이 영화화되지 못하고, <화려한 휴가>가 주제의식이 흐려진 채 개봉되는 현실에서,
한홍구의 첫 회 강연, <광주의 자식들 - 그리고 노무현,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느낀 사람들...을 읽는 일은 가슴이 아프고, 쓰라리고 눈물이 앞을 가리는 일이었다. 어찌 잊을 수 있으랴. 그날 밤, 죽음을 무릅쓰고 도청을> 지키러 들어갔던 사람들의 슬프고 굳센 이야기들을...  

그리고 그 5월을 먹고 일어선 무서울 것 없는 '운동권'의 눈빛이 일구어낸 <장엄한 패배, 위대한 부활 - 80년 5월이 87년 6월로>를 읽는 일은 나의 슬픈 20대를 오롯이 되살려내는 아련한 일이었다. 85년 가장 데모가 심하던 시기에 대학을 들어가 공부라고는 별로 해본 적 없고, 노상 사회과학 서적 읽고 세미나하고 오후마다 벌어지는 교문싸움이나 하던 날들과, 서머타임으로 9시에도 지지않는 해를 보면서 남대문통을 휘젓던 6월의 기억, 그리고 골목길에서 마주쳤던 백골단의 시뻘건 눈빛과 두려움의 상징, 화이바... 이런 것들로 치를 떨게 만드는 힘이 충분했다. 

김영삼의 후퇴, 김대중의 승리와 노무현의 희망과 좌절까지... 

한 해 한 해의 사건들이 뉴스거리와 함께 내가 살아온 날들 속에 각인된 것들이어서 읽는 일은 무척이나 쉽지만,
읽어내는 일은 마음 편하지만은 않은... 무거운 마음으로 읽을 수밖에 없는 것들이었다. 

과거와 미래를 상대로 <현재>가 대화를 나누는 것이 역사라면,
도대체 과거에서 무엇을 배워서 현재를 가꾸어 갈 것인지...
어떤 미래를 위하여 현재 뛰어야 하는 것인지...
이 책은 도란도란, 두런두런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공부하게 해 준다. 

이명박 정권, 다시 죽음의 시대에... 이 편을 읽는 일은 고통스러운 일이다.
다시 죽음의 시대가 되었지만, 미래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기기도 쉽고 지기도 쉽다. 그러나 싸우지 않으면 반드시 진다>는 말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수준에 꼭 맞는 말이 아닐까 한다. 

보론으로 대한민국 야당의 역사를 덧붙인 것은, 야당의 역사가 바로 독재 정부를 만든 원인을 제공했던 것이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야당의 역사 속에서 미래를 찾을 수 없다면,
아니 지금 미래가 보이지 않아도 우리의 미래를 야당의 역사와 성공적으로 결합시키지 못한다면
민주적 정권을 재창출하는 일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열 명에게 선물하고, 또는 열 명에게 빌려주고 읽게 하자는 운동을 벌이고 싶다.
온고지신의 정신으로, 그리고 법고창신의 마음으로...
역사란 과거를 통해 <지금 이 순간>을 파악하는 것이고, 
미래를 위해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홍구는 '역사는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