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지나간다
지셴린 지음, 허유영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sbs 다큐에서
"거기 한 평생 오직 학문에만 정진해온 하나의 전설이 숨쉬고 있었다. 세상에 참으로 많은 공부가 있지만 진정한 가치, 진정한 경쟁력을 가진 공부는 머리가 좋고 나쁨에 상관없이 좋아서 하는 공부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는 멘트로 정리한 사람. 

올해로 100세가 된 그이는
굳게 닫아놓은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젊은이들과 함께 부대끼며 살아보면 안다.
그들의 활력이 전염될 수 있음을...(208)
이런 생각을 가진 젊은 노인이다. 

전략상으로는 늙었음을 인정하지 않되, 전술상으로는 늙었음을 인정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197) 

언제나 젊은 기운으로 살려는 것은 좋지만, 때로는 몸이 불편하거나 자꾸 고장나고 삐걱거릴 때, 늙었음을 인정하고 전술을 수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이리라. 

늙는다는 일은 "옛날엔 평범한 줄만 알았"던 일들이 전혀 평범하지 않음을 깨달을 수 있는 지혜를 얻는 일이라는데, 그만큼 심신이 쇠약해지기 때문일 것이다. 병원가서 보면, 멀쩡하게 걸어다니는 사람이 가장 부러운 법이니까... 

커다란 조화의 물결 속에서, 기뻐하지도 두려워하지도 말게나.
끝내야 할 곳에서 끝내버리고, 다시는 혼자 깊이 생각 마시게.(55) 

마음 속에 꽁하게 가득 안고 있으면, 그것이 병이 되는 일을 많이 보았다. 끝내야 할 곳에서 끝내버리고 다시는 혼자 깊이 생각 말라는 선시를 그이는 좌우명으로 삼는다는데, 좋은 말이고 좋은 일인 듯 하다.  

난 이미 피골이 상접한 노인인데 남들은 날 하루도 빠짐없이 신선한 우유를 생산하는 튼실한 소로 생각하고 있다. 이미 젖을 많이 짜냈는데도 더 내놓으라 하고, 내가 속에 뭔가 대단한 걸 숨기고 있다고 생각한다.(237) 

이렇게 투정도 부린다. ^^ 그렇지만 아직도 그가 짜내는 이야기들은 지혜로움이 가득한 신선한 것이어서 자꾸 바라게 된다. 법정 스님께 그랬던 것처럼... 

애간장이 끊어지게 불평하지 말고, 넓은 도량으로 세상을 넓게 보라.(221) 

마오쩌둥이 남긴 말이라는데, 세상사 이렇게 살 수 있다면, 스트레스 날리기는 쉬울 것이란 생각이 든다.
나이 들수록 내 얼굴에서는 은은한 미소보다는 좀스러움이 드러나는데, 그런 성격일수록 애간장 끓이지 말 일이다.
자기 그릇에 다 채우지 못하면 흘러 넘치는 일이 생길 일이니... 

88세를 미수라고 한다. 쌀 미 米라는 글자 안에 八十八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100세가 넘은 108세를 다수라고 한단다. 차 다 茶 글자 안에는 쌀 미자에 열 십자가 둘 더 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전부터 잘 하던 농담이 재수 없으면 백살까지 산다는 거였는데, 다수까지 살게 된다면, 정말 몸도 힘겨울 것인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뭔가 쓰고 생각하는 일을 멈추지 않겠다는 자세로 산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을지 모른다. 결국 몸의 문제로 남는것이다. 

헛된 명예를 위한 사기극(148)이란 글에서
증거를 은닉하거나 곡해하는 것 모두 부덕함이다...
이런 구절이 나온다.
요즘 천안함이 뚝 부러져 생떼같은 젊은이들이 실종되었다. 말이 실종이지 살아돌아올 가능성을 이야기하긴 어렵다.
그런데, 국가가 하는 일이라고는 증거를 은닉하거나 곡해하는 일 뿐이다. 부덕이 판치는 더러운 세상이다.
이제 뉴스를 보지 않으려 하지만, 인터넷 세상이 그런 일도 힘들게 한다. 

노인이 되면 "입은 다물고 지갑은 열어라"는 말이 있다.
노인만 말하기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노인들 대다수가, 청년보다는 노인이 더 그런 것이라,
노인들에게 충고한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혈기가 쇠하여 브레이크가 잘 듣지 않으니 각별히 말을 조심하기를...(189)
우리 학교에도 연세가 60이 다 되어가는 분들이 몇 분 계신다.
맨날 사람들과 들이박고 박히는 이에게, 이 말을 들려 드리고 싶지만... 귀가 있을까? 

적응은 해야하지만 영합은 해서는 안 된다.(73) 
100년 정도 사신 분이 남기신 말인데, 이토록 쉽다. 원래 진리는 쉬운 것이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법.

자연은 말을 할 수 없지만, 보복할 수도 있고 벌을 줄 수도 있다.
인간이 이 점을 인식하기까지는 너무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95)
 

자연에까지 삶과 사고의 범위가 넓어졌다.
엠마뉴엘 수녀님의 100세 이야기를 읽기도 했지만, 100세를 넘게 사는 재앙이 곧 닥칠 모양이다.
대재앙도 그런 재앙이 없다.
죽지못해 사는 삶들이 버글버글한 곳.
그곳이 바로 지옥불이 아닐까?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고 했던가.
노인을 위해줄 수 있는 후손도 없다.
노인이 되기 위해서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해야할 따름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