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며 읽는 시 - 언어능력 향상 프로젝트, 고급 중3~고3 수준 생각하며 읽는 시리즈
김주환 외 엮음 / 우리학교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재미로 읽는 시, 마음으로 읽는 시'에 이어 '생각하며 읽는 시'가 나왔다. 

이 책은 고딩 수준으로 되어있으며, 몇 편의 시 뒤에 생각할 거리들이 붙어있어 수업용으로도 괜찮다. 

수능 시문학 영역의 1번 문항은 언제나 시들의 공통점을 찾아내는 것이었는데, 

이 시들은 대부분 주제들이 유사한 것들을 모아 두었기때문에 학습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공부라는 것은 알게 모르게 경험했던 것들이 쌓이고 쌓여 결과로 드러나는 것이기 때문에 고등학생 자녀들에게 한번 권해주면 좋을 책이다. 

그리고 자녀들에게 공부하라고 건네기 전에,
정말 오랜만에 어른들도 시를 한 번, 읽어보면 좋을 것이다. 

시란,
절절한 할 말이 가슴 속 샘터에 고여 넘칠 때
혼자서 터져나오는 언어들을 감당하지 못하고 풀어내는 것들이 많기때문에 
고딩들보다는 어른들에게 더 다가감이 큰 것일 터이기에...  

요즘, 세상이 거꾸로 돌고 있는데, 한심하기만 한 정부를 비판할 수 없는 유신시대가 돌아와,
최승호의 <북어>같은 시가 시심을 찌르르하게 한다.
노무현을 죽이고도 거짓으로 횡설수설하던 놈들은, 지금 천안함의 파손에 대해서도 입을 막고 있다. 더러운 시대.
북어같은 썩은 눈깔의 세상.

말라붙고 짜부라진 눈,
북어들의 빳빳한 지느러미.
막대기 같은 생각
빛나지 않는 막대기 같은 사람들이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느닷없이
북어들이 커다랗게 입을 벌리고
거봐, 너도 북어지 너도 북어지 너도 북어지
귀가 먹먹하도록 부르짖고 있었다. <최승호, 북어 부분>
 

 

장석남의 '번짐'은 아름답고, 아련하다.
이런 시를 만날 수 있는 시집을 만나는 일은 삶에서 잠깐, 말줄임표를 찍어 두고,......
쉼표를 크게 만나 한 호흡 길게 쉬는 일이 되기도 할 터.  

날마다 바뀌어가는 세상을, 그러나 그 바뀜은 연속적이어서 감각에 포착되기 어려운 바뀜인 것을
분절적인 시어를 사용하는 시인이면서도 장석남은 <번짐>이란 용어를 찾아내서 연속적 세상을 그리는 데 성공하고 있다.

수묵(水墨)정원 9 (번짐)- 장석남

번짐,
목련꽃은 번져 사라지고
여름이 되고
너는 내게로
번져 어느덧 내가
되고
나는 다시 네게로 번진다

번짐,
번져야 살지
꽃은 번져 열매가 되고
여름은 번져 가을이
된다

번짐,
음악은 번져 그림이 되고
삶은 번져 죽음이 된다
죽음은 그러므로
번져서
이 삶을 다 환히 밝힌다
또 한번 저녁은 번져 밤이 된다

번짐,
번져야 사랑이지
산기슭의 오두막 한채 번져서
봄 나비 한마리 날아온다 



 

71쪽.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 
이발소 앞에 서서 참외를 깎고 <신경림, 파장 부분>

이게 맞는 시인데
이 책에서 <못된 놈들>로 되어있고, 깍고...라고 적어 두었다. 국어 공부책인데...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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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4-04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딩 아들은 확실히 큰딸보다 책을 덜 보더니, 2학년 돼서야 모의고사 언어 1등급 나왔어요.
권해주는 책은 책상 위에서 먼지만 뒤집어 쓰고 있어요.ㅠㅠ
마지막에 지적한 오류~ 국어 공부책이라면서 어이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