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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반 인터넷 소설가 ㅣ 푸른도서관 36
이금이 지음, 이누리 그림 / 푸른책들 / 2010년 4월
평점 :
틈나는 대로 복도를 걷는다.
아이들이 영어 듣기를 잘 하고 있는지, 쉬는 시간에 담배를 피우려는 녀석은 없는지,
점심 시간에 둘러 앉아 돈놀이를 하거나 교실에서 공놀이를 하지는 않는지,
끼리끼리 모여 야동을 보거나, 싸우는 녀석이나 없는지...
자율학습 시작종이 울렸는데도 돌아다니거나 화장실에서 씻는 녀석을 야단치기도 하고,
엎어져 자는 애 깨우고, 소설책 읽는 녀석 공부 좀 하라고 돌아다니며 걷는다.
이렇게 많이 걷는데 하루에 몇 보나 되나 보려고 만보계를 하나 샀다.
그런데, 교실과 복도, 학교 구석구석을 걷다 보면, 친한 아이들을 만날 수 있고, 같이 등하교하는 녀석들도 보인다. 맨날 같이 붙어다니는 녀석도 있고, 언제나 혼자 앉아있거나 서성거리고 그림자조차 외로워보이는 녀석들도 간혹 보인다.
나는 조금이라도 더 많이 보고 더 잘 보려고 돌아다니고, 아이들 중 어떤 녀석들은 좀 더 안 보이는 곳에서 좀 더 안 들으려고 한다.
겉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아이들을 판단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도 없지만, 또 겉모습처럼 속마음을 드러내 보이는 것도 없어서 걷고 돌아다닌다.
내 마음 나도 몰라... 이런 유행가 가사도 있지만, 인간은 서로의 속내를 알기 어렵다.
자기의 마음을 털어 놓으려 해도 언어로 정확히 전달되는 일은 불가능할 지경이랄까.
그래서 어불성설이 되곤 한다. 말이 제대로 된 '이야기'를 구성하지 못하는 것.
표지 그림에서처럼 봄이는 뚱뚱한 여고생이다.
봄이가 며칠 결석을 하고, 담임임 주인공은 귀찮게 생각하지만,
봄이가 쓴 글들을 읽고 사건의 전말을 읽게 된다.
자신의 삶과 담임 반 봄이의 사건이 평행선을 그리면서 '삶은 누구에게도 이해될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르고, 항상 착각 속에 살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며, 어쩌면 자신이 바로 보려고 하지 않는 데서 모든 오해가 생기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만들어 낸다.
이 이야기는 재미있다.
청소년들의 이야기만큼 역동적인 것이 어디 있을까.
추리소설이고, 하이틴 로맨스 소설이면서 학창생활 보고서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아프다.
청소년들의 아픔은 더 아프다.
이금이라는 작가의 작품이 보여주는 사람의 선은 변화무쌍하고, 그 문체가 무궁무진하다.
그것이 이 작가를 계속 기다리게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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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눈 좀 트고... 앞트임 수술이 있다. 눈의 콧날 부분을 찢어서 눈을 크게 만드는 수술이다. 그것을 '틔우고' 또는 '트이고'로 쓰는 것이 맞지 않을지...
101. 하릴없는 사람들처럼... '하릴없이'는 어쩔 수 없이, 란 뜻이다. 저 자리에선 '할 일 없는' 사람들처럼... 이런 게 어울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