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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만합창단 - 세상을 바꾸는 불만쟁이들의 유쾌한 반란
김이혜연, 곽현지 지음 / 시대의창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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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에서 나온 책이다.
희망제작소 상임 이사인 박원순 이사, 대한민국 최대의 에너자이저가 아닐까 한다.
다른 눈으로 보기, 다르게 생각하기, 그리고 열심히 찍어대기... 소셜 디자이너의 기본 자세라고.
소셜 디자이너.
정치가도 사회 운동가도 아닌 사회의 미래를 디자인하는 꿈을 품은 사람.
그렇지만, 그는 그저 '드리머'가 아니다.
그는 프로 정치가라고 볼 수 있다.
프로의 방식이란 충분한 자원과 치밀함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안 되는 것을 되게 하는 것,
어렵겠지만 한번 해보자는 도전 정신에 있다는 것(31)을 마음에 심어둔 사람이기 때문이다. 

베를린의 '제브라로그'를 무턱대고 찾아간 제작진. 대단한 용기다.
얼룩말 + 이야기의 합성어인 제브라로그는 얼룩말처럼 굉장히 독립적이며, 인간에게 길들여지지 않는 존재이면서도 함께 조화를 이뤄 사는 매력을 본따 만든 말이란다. 

한창 불만합창 페스티벌을 준비하는 도중에 촛불 시위가 본격화된다.
정치적 부담이 클 때였을 것이다. 논의는 얼마나 힘겨웠을지 상상이 간다. 

다다익선, 질보다 양, 커닝 장려, 비판 금지 - 이런 것들을 발상 모으기의 원칙으로 삼았는데, 그럴싸하다. 

촛불의 양상이 '수직적이지 않은 운동', '전문 운동꾼이 없는 상태의 집회'로 규정되면서 불만 합창단도 제자리를 잡는다. 한국의 사회운동이 얼마나 가벼운 존재인지 실감가는 대목이다. 언제나 풍전등화인 조직. 

<화병>이란 병이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나라. 한국.
세계가 인정한 대한민국발 정신질환.
분노를 억제함으로써 발생하는 이 분노 증후군은 온갖 신경성 질환과 통증을 유발하고 정상적인 삶을 방해하는 심각한 병.
자살률 1위 국가라는 불명예의 주범.
전통적으로 개인의 불만은 억누르는 것을 미덕으로 여긴데다가, 시절이 하도 수상하여 막걸리 보안법이 사회를 억누르던 시기를 지나왔으니, 불만이 울화증이 된 것.(153)
불만 합창제의 구실은 이런 것들로 충분하다. 
말 많으면 빨갱이란 현실이 유전자에 새겨둔 생존 본능이 바로 '불평하지 말 것'이었으니... 

사회 혁신에 대한 활동가인 영 파운데이션의 제프 멀건이 제시한 단계도 제법 멋져서 적어 본다.
1. 촉발과 촉진
2. 제안과 생각
3. 모델과 시도
4. 지속성
5. 확산과 성장
6. 구조적인 변화...
새로운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 거쳐야 할 일들이다.
아, 학교에도 이런 뭔가를 만들어 보고 싶은데, 미루기, 나만 아니면 돼, 회피, 복지부동, 무사안일의 현실을 보고 있자면, 새로운 울화만 치밀 뿐이다. 

똥차 가고 벤츠 온다더니 똥차도 안 와(커플 지옥 솔로 천국)
이 대목 읽다가 개콘 생각이 났다. 이런 데서  아이디어를 얻는구나! 

233쪽의 진주 꾀꼬리 불만합창단의 노래는 가사가 딱딱 떨어지는 것이 명문이다. 

첨본 사람이 내게 묻는 말/ 몇살입니꺼, 어디 삽니꺼/ 온 국민이 다 통계청 직원
인터넷 강국 온 동네 pc방/ 게임 중독도 전 세계 최강/ 나의 정보도 모두 공유해...
송아지 출산 무조건 30만원./ 우리는 셋째 겨우 20만원/ 둘째는 아예 한숨만 나와
연예인 성형을 자랑하니/ 사람들은 애 얼굴 견적 뽑네/ 거리마다 똑같은 얼굴들...
쇼위도에는 44 마네킹/ 내 몸매닮은 마네킹 없네./ 88사이즈는 어떡하라고
어린이 공연에 보모 없어/ 따라가는 어른도 표받아./ 그렇다면 할인을 해야지
원자재 곡물값 오를 때는/ 제일 먼저 오르는 생필품/ 내를 때는 나 몰라 패밀리... 

불만 합창단의 소리가 제대로 정치에 반영되는 구조가 선진국일텐데,
정치권에서 사회 단체를 '빨갱이'로 몰아대는 판국인 나라에서
불만 합창단의 갈 길은 멀기만 하지만,
일반인들의 목소리들이 사회 단체를 뛰어 넘어
정치가 되고 선거가 되는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이 있어 세상은 조금씩 앞으로 갈 수도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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