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각네 야채가게
김영한.이영석 지음 / 거름 / 2003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시대가 바뀌어, '돈'이 최고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지만, 그 돈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도 인간이고, 쓰는 사람도 인간이라, 그저 돈만 밝히면 기분이 상하기 쉽다. 
인간적인 분위기가 가미되어야 상업적으로도 성공할 수 있는 법. 

인지상정이란 말이 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마음이란 뜻인데, 누구나 맛있는 것 좋아하고 잘 생긴 것 좋아하는 법이다.
동가홍상이라고,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란 말도 같은 류다. 

예전엔 골목길마다 이발소가 하나씩 있었다.
나도 스물 예닐곱살까지는 이발소에서 머리를 깎곤 했는데, 이발소란 곳이 거의 비슷하게 타일로 바닥 깔고, 난로 위에선 따뜻한 물이 끓는, 면도 거품 냄새가 살풋 나는 조금 촌스런 곳이었다.
언제부턴가 남자들도 미용실엘 가게 되었고, 이발소는 거의 말라 죽어버렸는데,
우리 동네에 '남성전용 미용실'이 생겨서 2년쯤 다니고 있다.
여성들의 미용실 가면 당황스러운 것이 몇 가지 있다.
아줌마들이 퍼머나오길 기다리는 동안 수다떠는 소리도 짜증이지만, 남자가 앉아서 머리깎고 있으면 힐끔힐끔 쳐다보기도 하고, 미용사의 손길도 그렇고, 아무래도 마음이 편치가 않다. 결정적으로 미용실 스타일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이라 여기저기 바꿔보기도 하지만... 별 수 없었다.
남성전용 미용실이 좋은 점은, 손님이 남자들 뿐이라, 조용조용히 깎고 나갈 뿐이라서 신경쓸 것이 없고, 미용사가 남자든 여자든 '깔끔하게 깎을까요?' 한 마디 물어보면, 나는 '네.'하고 나면 거기서 거기인 비슷한 제품이 금세 완성되는 것이다. 조금 짧게 자르고 싶을 때만 부탁하면 된다. 

오늘도 한참을 기다려야 했는데, 총각네 야채가게 책 한 권을 다 읽었다.
남성전용 미용실이나 총각네 야채가게의 장점은 바로 손님의 마음을 읽는 것에서 시작했다.
야채는 왠지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사는 것이 비싸고 그렇다고 맛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트럭을 몰고다니는 아저씨들의 물건은 가끔 너무 질이 떨어지기도 하고...
주부들이라면, 할머니들이 총총 모여앉은 재래시장의 깔끔한 야채를 원하기 쉬운데 그걸 만족시켜주는 야채장수는 드문 편이란 데 착안을 해서 발로 뛰면서 상품을 만들어냈다. 

억이 넘는 돈을 번다고 하지만, 주인공이 노력하는 것은 재기발랄함이다.
물론 육체적으로 힘든 일이라 고들프지만, 그의 철학은 앞으로의 세상에 어울리는 유목민적 발랄함이 들어있다. 

과거에 얽매여 미래가 안 보이는 사람들이 한번쯤 읽어보기 좋은 책이다.
머리를 깎고 나오는데 골목길에 트럭을 대놓고 '옛날과자 한 번 맛보고 가세요.'하는 총각을 만났다. 그 총각은 글쎄.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옛날과자를 사람들이 사먹고 그걸로 돈이 될거라고 생각하고 그 추운데서 노박이로 바람을 맞고 있는 것인지... 이 책을 권해주고픈 생각도 들었다. 

미래가 보이지 않을 때는, 주변의 사람들을 바라볼 일이다.
발랄하게 살아움직이는 사람들을... 그들이 어떻게 하여 성공하고 있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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