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나무정의 기판이 푸른도서관 34
강정님 지음 / 푸른책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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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소설을 뭐라고 이름붙여야 할까?
최명희의 혼불처럼 한 시대의 문화를 오롯이 담고 있는 소설.
3대의 이야기이면서 자식을 기르는 부모의 이야기는 현대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강정님은 환갑이 넘어 동화를 발표한 이로, 이 소설은 70이 넘은 나이에 써낸 글이다.
그이의 나이를 생각하면, 정말 온몸으로 글을 썼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이 소설의 주인공 기판이는 참으로 역동적인 인물이다.
소심함의 극치를 달려 왕따였던 기판이가, 됫병에 머리를 얻어맞고난 이후 갑자기 터프해진다.
좀 바보같이 변했지만, 터프가이 기판이는 판철이가 되어 판을 치고 다니다 결국 골로 간다. 

기판이를 이렇게 기른 것은 그 어머니의 영향이 큰데,
기판이를 둘러싼 환경이 최악이었다.
기판이 누님의 다사로움이 기판이의 외로움에 용기를 주고, 기판이의 결기를 쓰다듬어 줄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으랴만,
제 새끼라면 고슴도치도 함함하다고,
탈 줄도 모르는 스케이트를 빌려다 신기고, 무조건 기판이를 감싸안는 빗나간 모정이 아이를 깡패로, 바보로 만들고, 결국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것이다. 

세상을 오래 산 이들이 남겨 주어야 할 문화 전승이 있다. 비록 그 문화는 이미 사라져버린 것이긴 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기록으로 남겨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강정님의 소설이 탁월한 재미로 읽히진 않지만, 그 소설이 담아내고 있는 세계는 우리가 이미 잃어버린, 그렇지만 우리가 되찾고 싶은 <오래된 미래>이기 때문이다. 

작가의 건필을 기대하게 하는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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