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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뜨려는 배
팔리 모왓 지음, 이한중 옮김 / 양철북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읽으면서 그리스인 조르바가 자주 떠올랐다.
세상, 뭐, 별거 있어? 일단 저지르고 보는 거지. 이런 심보로 가득한 남자들의 이야기다.
팔리 모왓이 삘이 꽂혀 사들인 <그녀>는 떠오르려 하지 않고 달리려 하지 않는 범선이다.
기계화의 세상에서 범선을 사들이고 사서 고생을 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읽는 일은 답답하다.
그렇지만,
내가 경매에 대한 사무친 두려움을 갖게 된 것은 세 살 되던 해부터였다.
그해 어느 하릴없는 오후 아버지는 소일거리로 경매장에 갔다가 엉겁결에 꿀벌 서른 통과 온갖 양봉 장비를 받아 들고 왔다.
사들인 것들을 어찌할 수 없었던 아버지는 할 수 없이 양봉가가 되었고, 그로부터 2년 동안 나는 거의 비스킷에 꿀만 먹고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행운의 여신이 우리한테 미소를 지었다.
벌들이 부저병인지 뭔지하는 것으로 다 죽어 버리면서 우리는 정상 생활 비슷한 것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9)
이렇게 시작하는 이 이야기는 시종 톡톡튀는 재치있는 문체가 돋보이는 책이다.
그의 배 이름인 '패션 플라워호'도 독특하다.
패션이란 '열정'이기도 하지만 '수난'이기도 하니까.
그가 사들인 '그녀'는 인간의 본원적 삶에 대한 희구이기도 하면서, 곧장 수난으로 직행하는 길이기도 한 것이었음을 배의 이름을 통하여 보여준다.
작가가 사랑해 마지않는 뉴펀들랜드의 삶이란 것은 도대체 어떤 것일까?
아파트를 사랑하는 사람에겐 온갖 '수난'의 현장으로 보이는 야생의 싱싱함이 번득이는 삶을 보여주는 글이고, 그 땅을 떠나느니 차라리 뜨지 않겠다는 배의 의지를 통해 작가의 의지를 잘 보여주는 이야기책이다.
그러나, 재치있는 문체보다는 좌충우돌 엉망진창 중구난방 되는대로 달려나가는 남자들의 이야기는 읽는 이의 마음을 힘들게 야생의 바닷속으로 몰아넣는 횡포를 저지를지도 모를 일이니, 주의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