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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애
김별아 지음 / 문학의문학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매울 렬... 烈 자는 일제에 저항하던 열사... 할 때 쓰는 글자다.
사랑 앞에 붙어 쓰이는 법은 좀처럼 없는 글자인데...
아나키스트이면서 테러리스트인 박열과
그의 사랑 후미코의 이야기인데... 결국 그 매운 사랑의 열렬함은 후미코의 몫이었다.
나는 지금까지 너무 많은 사람들의 노예였고, 너무 많은 남자들의 노리개였어.
결코 나 스스로 살지 못했지.
그토록 혐오했던 아버지의 가족주의에 꺼둘려 옴짝달싹 못했어.
경멸스러워 진저리치던 어머니의 의존성마저 고스란히 닮아갔지.
하지만 이제 더 이상 다른 이들을 위해 살고 싶지 않다.
내가 진정으로 성취해야 하는 것은 나 자신의 자유.,
나 자신의 만족이야.
나는 나 자신이어야 해!
독일의 '나는 나'에서 나올 법한 구절이다.
아니면 인형의 집에서 '노라'가 외쳤을 법한 말이다.
추석이 지나고 아직도 나는 나라고 외치지 못하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높다. 슬픈 일이다.
몸의 말로 하자면 그것은 가슴께를 떠다니는 뭉글한 덩어리.
한밤중에 명치에서 딱 멈춰선 그것때문에 잠에서 깨어나 한동안 옥죄는 가슴을 움켜쥐고 쩔쩔매게 되는 것.
언제나 생경한 고통, 익숙해질 수 없는 환희, 고통이거나 환희만이 아닌,
고통과 환희가 동시에 존재할 수밖에 없는 기쁘고도 아픈 축제, 그들에게 사랑이 왔다.(163)
이런 구절을 보면 필력이 없는 작가는 아니건만...
소설의 톤이 지나치게 가라앉아있는 것 같고, 작가의 목소리가 마치 '전기 대필 작가'의 그것처럼 둔하면서 날렵하지 못해 보인다.
자기가 쓰고 싶은 글은 따로 있는데, 마음이 억눌려 쓰는 글의 어색함처럼...
요즘 '미실'이 한창 인기인 모양인데... 같은 작가의 글이라고 처음 읽은 것인데, 기대에 못미친 작품이었다. 미실은 어떤지 모르겠다. 기회가 되면 읽게 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