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혈교사 도전기 - 아이들이 꿈꾸는 희망 교육 Social Shift Series 6
웬디 콥 지음, 최유강 옮김 / 에이지21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미국의 TFA 라는 사회적 기업에 대한 이야기다.
열정으로 가득찬 이 책을 읽는 일은 내게 고통이었다.
이 책을 읽는 내 마음은 불신과 반신반의로 가득찼고,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으로 끓어 넘쳤다. 

도대체, 나는 어떤 교육의 현장에 서 있는 것일까? 

어떤 뉴스에서 '주민자치센터'(옛날엔 동사무소에서 하던 일이 상당히 전산화된 현재, 동사무소의 인원이 뭘하는지 나는 자세히 모른다.)의 공무원들이 지역의 소외된 청소년들을 가르친다는 이야기를 읽었다. 못된 내 속셈은, 글쎄... 였다. 

내가 대학 다니던 시절, 아직도 중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학생들이 많았고, 그들은 대부분 낮은 사회적 지위인 공돌이, 공순이로 근무하고 있었다. 그들의 졸업자격 검정고시를 돕기 위해 '야학'이란 임시학교들이 있었는데, 아마도 심훈의 상록수와 비슷한 역할을 한 것 같다.
자격고사를 위한 수업과 사회 돌아가는 이야기도 할 수 있었던 곳이었는데, 나는 인연이 닿지 않아 야학에 손을 담근 적은 없었지만, 친구들 몇이 야학에 들락날락 하고 있어 사정을 대략은 안다.  

그 당시의 대학생들은 '뜨거운 피, 열혈'이 아직 살아있었던 모양인데, 사회 구조적 모순으로 기인한 문제들을 제 한 몸 던져 조금이라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란, 혁명적 혈기가 왕성했다. 
그러다... 내가 군대에서 시간을 때우고 있던(군대를 안 가본 사람들은 신성한 군대라고 할는지 몰라도...) 그 무렵부터 소련과 동구권이 몰락하고, 공상적 사회주의 내지는 공산주의가 지구상에서 사라지고 있었다. 

영웅이 없는 시대는 불행하지만, 영웅을 필요로 하는 시대는 더욱 불행하다고 했던 브레히트의 '불행 비교론'이 그 이후의 시대를 대변하는 것 같다.
공산주의라는 마르크스의 사상을 '별'로 삼아 영웅 삼아 살았던 시대가 오히려 행복했던 시대였는가. 현실 사회주의의 몰락 이후로 영웅이 없어졌고, 세계화란 이름의 신제국주의가 지구를 들먹거렸으며, 이제 미국마저 흔들거리는 지구는 영웅을 필요로 하고 있는 거 아닌가... 싶다. 

시대가 변한 것인지, 작년에 전국이 촛불 집회로 들썩거릴 때에도 대학은 조용했다.
물론 많은 대학생들이 참여했지만, 그들은 개인의 자격이었고, 총학 깃발이 등장해도 그들은 소수였다. 그들의 열혈...은 싸늘한 이성의 갑옷 아래 '토익과 스펙'을 위한 노동에 집중되고 있었던 것 같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런 생각을 해 본다.
사범대나 교육대를 가는 사람은 군대를 면제해 주는 대신에, 여학생이라면 발령을 내준다는 보장으로, 3년 정도의 인턴 기간을 학교에서 보내게 해 주는 건 어떨는지...
사회적 대체 복무가 정말 필요한 곳이 학교라고 말이다.
기독교 근본주의자들과 분단으로 떡고물을 만지는 이들은 '여호와의 증인'이란 이단에 대한 처벌로 감옥을 주장하지만, 그것은 가장 잘못된 방식의 대처다.
그들을 학교로 보내준다면, 학교에는 얼마나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인가. 

사회 변혁을 꿈꾸던 전교조의 판단은 '시대적 늪' 속에서 해체되어 버린 지 오래다.
신규 교사로 열혈이던 전교조 교사들은 이제 이미 더이상 피가 뜨겁지 않은 기성 세대가 되어버렸다. 학교에 정말 필요한 것은, 교사의 질이 아니다. 교사의 뜨거운 피다. 

신규 교사가 없는 학교, 학생들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젊은 오빠, 언니같은 교사가 없는 학교는 불행하다. 

이명박 정부의 웃기는 작태로 우리 학교에도 젊은 인턴 교사가 한 분 오셨다.
전문상담 교사인데... 아주 의욕적이셔서, 4개월이지만 내가 힘을 받는다.
학교엔 이런 분들이 교육의 주축을 맡아야 한다.
너무 늙었다.
학생 수는 급격히 줄었는데, 교사 수는 그대로이니... 늙어갈 수밖에... 

비전 선언문에 나온 말,
언젠가, 모든 아이들이 훌륭한 교육을 받을 기회를 갖게 될 것...이란 사회적 기업을 대한민국에 만들기는 쉽다. 

다만, 그것은 사회적 기업의 분위기로는 어려울 것이고, 군대에서 유휴인력을 3년 정도 대체 복무하게 만드는 것은 정말 어렵지는 않을 것 아닌가... 싶다. 

꾸준함, 헌신, 성실함, 융통성, 의사소통능력, 열정, 민감, 자립심, 적극성, 타인과 함께하는 능력, 자기평가 능력, 주도적 능력, 지적 능력... 이런 것을 나 스스로 나에게 요구하기엔 난 너무도 늙었고, 낡았다. 

학교엔 좀더 열혈...로 끓는 피가 필요하다. 간,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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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9-09-28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체적으로 동감하면서도 그게 참....
요즘 젊은이들 중에 학교에 와서 열혈로 끓을 이들이 몇이나 될까 싶기도 하고요. 많지는 않지만 신규교사들을 보면 이건 뭐 세대차이랄까? 하여튼 확실히 다르긴 하더라구요. 근데 다른건 괜찮은데 열정이 보이는 사람이 별로 없는게 더 슬퍼요. 좀 실수하고 우왕좌왕하고 해도 속상하다고 울고불고할 열정이 보였으면 좋겠는데 이건 선배교사들보다 더 아이들과 거리를 확 긋는 이들이 많으니....

글샘 2009-09-28 11:33   좋아요 0 | URL
그게... 정말, 시험에 합격할 정도 되려면 완전 독종이라야 한다더라구요. ㅠㅜ 그래서 정말 공부만 잘하는 교사 말고... 덜렁이들도 학교에 들어와야 하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마냐 2009-09-29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다면 요즘 젊은이 중에서...학교가 아닌 다른 곳으로 간 이들은요?? 그리고 비슷한이야기를 저도 선배들에게 들었음에도 불구, 정말 다른것 같아요. 요즘 청춘들 말임다. 그나저나 글샘님 제안은 상당히 솔깃함다. 혹자는 넘쳐나는 대학의 비정규직 강사 일부를 중고교로 끌어들이면 어떻냐는 얘기도 하던걸요.

BRINY 2009-09-29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학교에도 과학실 보조 인턴교사가 왔다는데 전 얼굴 한번 본 적도 없네요. 1층 과학실에만 있는 모양입니다. 우리 학교에도 전문 상당교사가 왔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