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사람들의 눈물 - 조선의 만시 이야기
전송열 지음 / 글항아리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만시 挽詩 또는 輓詩는 상여를 당기고 끎에 부치는 시라는 뜻이다.(당길 만, 끌 만)
만장과 같은 것이다. 

죽음의 앞에서 절절한 노래가 없을 수 없겠지만,
상상 밖으로 특이한 상황에서 쓴 만시들도 제법 있다. 

가장 애절한 것으로는 곡자, 자식의 죽음을 애닯아하는 것이다. 

특이한 것으로는 종의 죽음을 애닯아한 것들이 있고, 스스로 죽음에 앞서 자만시를 쓴 사람도 있다. 

내 나이 육십이요, 네 나이 삼십인데
부자간의 깊은 인연이 여기서 끝이라니
아직도 산사에 책 읽으러 간 것 같은데
한 줌 흙이 어째서 네 눈 속에 있단 말이냐.(이덕수) 

아이를 먼저 보낸 아비의 타는 가슴이 그대로 드러나있다. 

팔 년 간을 일곱 해로 앓았으니
돌아가 누운 넌 응당 편하리라
다만 가여운 건, 오늘처럼 눈 내리는 밤인데도
어미와 헤어져서 추운 줄도 모른다는 것.(남씨 부인) 

평생을 앓다 간 손녀의 죽음에 참담해하는 할머니의 애절함 

아이는 어려서 곡을 할 줄 몰라서
곡성이 글 읽는 소리와도 같다가
갑자기 엉엉울며 멈추지 않더니
하염없는 눈물만 구슬같이 흘렀소.(이건창) 

죽은 아내를 슬퍼하는 노래 

내가 오래 살았음이 한스러운 것이 아니라
내게 귀가 있다는 것이 한스러울 뿐이네
저 수많은 산 비바람 몰아칠 때에
천재 시인 죽었단 소리 내 귀에 들리다니... (이안눌) 

권필의 죽음에 통절함을 드러낸 시
내게 귀가 있고 눈이 있다는 것이 한스럽다는 표현이 마음을 스친다. 

보배를 다른 곳에 맡겨놓으면
하룻밤도 지체 않고 되찾는데
다행히 주인이 잊어버리는 바람에
오십삼 년 동안을 빌려 썼구려 

자네는 일찍이 날 위해 말했었지
"처세는 길가는 나그네처럼 하다가
일 끝나면 곧바로 돌아가야 하오."라고 했는데
자네 만시를 쓰며 자네가 한 말을 쓰는구려.(이용휴) 

유서오의 죽음을 슬퍼한 시.
길가는 나그네처럼 처세하다가, 일 끝나면 곧바로 돌아가라...
천상병의 '귀천'을 떠올리게 하는 구절이다.
자네가 한 말을 만시에 쓴다는 말이 더욱 생생하다. 

불현듯 사라져버린 정희량이 마지막 남긴 시의 여운... 

해 저무는 저 푸른 물가에
날씨는 차고 파도가 이네
외론 배 일찍 정박해야겠거니
풍랑은 밤되면 더욱 거세질테니... 

어디로 일찍 정박하러 간 것일까?
사화의 피바람이 일렁이던 조선조에 몸을 숨긴 은일사가 되기보다는
장자의 쓸모없음의 散人 산인으로 돌아간 정희량... 

삶과 죽음의 경계를 애석해 하며
죽음을 애도하는 悼亡의 시들이 신선하고도 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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