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 사진관
최창수 사진.글 / 북하우스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전문적 사진 작가가 아니면서도 그의 사진은 이야기와 핏줄이 비칠듯한 투명함이 느껴진다.

그의 사진 중 가장 인상적인 풍경은 아프간의 반디아미르를 담은 것이다. 153
일부러 정원 한 구석에 조성한 연못처럼 단아함을 지닌 호수.
그러면서도 하늘을 가득 담아내고도 남는 넉넉함을 지닌 호수.
이런 호수들을 통해서 사람은 하느님과 영혼의 교통을 나눌 수 있으리란 생각을 문득. 

수만 마일을 여행하는 것은 수만 권의 책을 읽는 것이다.
여행하면서 얻는 것들과 책을 읽고 얻는 것의 우위를 따질 수야 없을 것이지마는, 환하게 웃음짓는 아이들과 여인들과 남성들의 배경에 무슨 소품처럼 드리운 탱크와 캐터필러 잔해, 지뢰에 날아가버린 발목과 목발들, 낡고 낡은 제국주의 시대의 전차와 아프리카 여성들의 아랫입술에 꿰어진 지름 10센티는 넘을 토기들... 이런 것들을 배경으로 하여 전경에 두드러진 반짝이는 눈빛들의 살아있음이 곧 인생임을 그는 여행을 통해 배웠고, 나는 그의 사진을 보며 읽는다.

예멘 남자들의 칼과 아이들의 아름답기 그지없는 눈망울들, 이것들을 만나는 일만으로도 이 책을 읽은 것은 기쁨이었다.

전문 작가가 아니라고 하지만, 나름의 매력을 뿜어내고 있는 그의 사진을 앞으로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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