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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로 죽이고 방으로 살리고
원철 지음, 이우일 그림 / 호미 / 2009년 8월
평점 :
제대로 가르치려면...
할! 하고 소리 지르고,
방! 한 방 먹이는 게 수다.
그렇지만, 요즘 아이들은 소리 지르면 내 목만 아프고,
몽둥이 쓰면, 폭력이 되어버린다. 에구에구...
조선은 '유교'를 모토로 삼아 불교를 억누른다.
사실은 고려의 불교 중심 사회가 가졌던 문화적 아우라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것인지 모르겠다.
간혹 불교를 장려했던 임금도 있으나...
대부분의 절집은 산골짜기로 숨어들어 버렸다.
면벽수도의 전통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이다.
선불교의 전통은 나라마다 상당히 다를 수 있다.
고행을 우선으로 치는 방법도 있고,
면벽좌선이 앞서는 방법도 있겠다.
면벽좌선하면서도 생각을 끊는 것을 앞세우는 방식도 있고, 세상의 이치를 번쩍, 만나기 원하며 공안을 끌어안고 사는 수도법도 있을 수 있겠다.
가장 유명한 공안인 '달마가 서쪽에서 온 까닭?'에 대한 답은 없다.
개에게 불성이 있는지, 뜰앞의 잣나무와 마른 똥 막대기가 진리와 어떤 연관관계가 있는지...
어차피 글로 전해질 성 부른 내용은 아니다.
이 책에서 매력적인 구절들은...
... 외형적으로는 정치와 불교가 서로 배려하며 타협적 공생을 했겠지만, 내용적으로는 그렇지 못했을 터, 왕족이 사찰을 방문했을 때 승려의 영접 자세가 어떠했는지는 보지 않아도 훤하다.
그런 가운데서도 좌파? 사찰들은 선종의 정체성과 자존심을 유지하는 방편으로 '하마비'나 '누각 밑을 통한 진입 계단' 등으로 왕적이나 관리가 경내에서 예를 갖추지 않는 것에 소극적으로나마 저항하고 경책하고자 애썼다.(203)는 구절같이 신선한 것이다.
조선의 높은이들이 절집에 와서 거들먹거리는 것처럼 보기 싫은 일이 있었을까.
그래서 만든, 하마비와 누각들이 새롭게 다가오는 기회가 되었다.
일상다반사, 다선일여... 이렇게 차마시는 일을 불교 이야기들은 많이 담고 있다.
靜坐處 茶半香初 妙用時 水流花開
본래심의 경지(정좌처)에서 차를 마시는 향기는 언제나 처음 본래 그 맛,
본래심의 미묘한 지혜 작용(묘용시)은 물 흐르고 꽃피는 시절 인연과 함께 하네...
차를 마시는 중에서도 체와 용의 법문이 오고 감.
이런 것이 수행이고, 종교의 본 경지다.
그렇지 않으면 차를 따는 것이 수행이 아니라 노동이 되어버린다.
모든 직업이 그렇지 않을까. 삶 자체도 그렇지 않은가.
곱씹어 보고, 되돌아 보고,
그렇게 나름대로 본모습과 쓰임새를 아울러보지 않는다면...
시지프스가 굴려올리는 돌덩어리처럼 매일매일을 부조리하고 무의미한 날들로 보내게 되기 쉽잖은가.
치히로란 이쁜 아이로 태어났음을, 날마다 행복하게 살고 있었음을 잊어버린,
목욕탕 때밀이로 바쁘게만 살고 있는 센처럼...
네 이름을 잊지 마!라고 일러주는 하쿠처럼... 내 옆에는 책이 있다.
책 읽는 벗들이 있다.
책이 있어, 스스로 흐트러짐을 조금이나마 바로잡는다. 고마운 일이고 해야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