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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석이 사랑한 우리 그림
오주석 지음 / 월간미술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이명박 죽으면 떡돌린다... 이런 이야기가 요즘 나돈다... 고 백분 토론에서 어떤 시청자가 말했다.
근데, 욕먹는 넘은 절대 안 죽는다. 당분간 떡 먹긴 힘들겠다. 내 돈 내고 사먹을 밖에...
그런데, 오주석 선생처럼 아까운 이는 왜 데려 가는 건지...
하늘나라에도 큐레이터 한 분쯤 두고
멋진 그림이나 경치를 설명듣고 싶어하는 분이 계신 건지...
그이의 그림 속에 노닐다, 단원 김홍도,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1,2, 한국의 미 특강을 모조리 찾아 읽은 나로서는 이 책에 나온 글들이 전혀 낯설지 않았다. 아니, 이 글들은 동아일보에 연재되었던 거라는데, 앞의 책들에 나온 이야기들을 신문에 싣기 좋을 분량으로 간추렸을 뿐이다.
그림에 대한 설명이라든지, 그림보는 법에 대한 상세한 이야기는 한국의 미 특강과 옛그림 읽기의 즐거움 같은 데서 훨씬 더 잘 들을 수 있다.
이 책은 오주석 선생님을 잘 모르는 이들에게 선물하면 좋을 책이다.
신문에서 스물 한 번 연재했던 분량이라서 정말 간결한 설명으로 되어있다.
다 읽은 글이지만, 이 책을 산 것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아, 좋은 책이란 그런 것이다.
좋은 글이란, 읽은 글을 다시 읽어도, 또 좋은 것이다.
좋은 사람이란 만나고 또 만나도 못만나 그립고 아쉬운 것과 마찬가지다.
제주도 여행을 갈까? 돈도 시간도 넉넉지 않은데... 하다가, 여행은 고민되면 무조건 가라는 말이 떠올라, 시간을 굳이 내서 가기로 했다. 올렛길을 한번 걸어보고 싶었던 것인데, 무리하진 말고 쉬엄쉬엄 걷고 싶다.
물건을 살 때 고민이 되면 사지 말고, 여행이 고민되면 무조건 출발하란 말은... 좋은 말 같다.
이 책을 살 땐, 유고집이 다 그렇듯 별 내용이 없을 수도 있단 생각도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오주석 선생님의 간결하고 단아한 말투를 나긋나긋하게 듣는 일은, 투박한 남성의 목소리가 아닌, 마치 혜원의 미인도의 주인공이 곱상하게 들려주는 목소리임을 익히 잘 알기에 일단 사고 본 것이다.
반신욕을 하면서 땀을 줄줄 흘리며... 오주석 선생님이 남긴 아름다운 언어들의 조합을 느리게 느리게 읽었는데도, 책은 훌쩍훌쩍 넘어가 버리고 말아, 책갈피에 바람이 부는 기분이었다.
그렇지만, 아름답고 또 아름다운 그림들 사이로 걸어들어가는 길은, 금강산의 바람이나 동해의 바닷바람, 그리고 한국이라면 눈 돌리면 어디에나 있을 산과 물과 하늘, 그 빈 공간의 헛헛함과 홀가분함을 온몸으로 느끼며 걷는 여행길과 마찬가지였다.
유고간행위원회의 강우방 선생이 서문을 썼는데...
어느 날, 논어의 한 구절을 주워들고는, 그저 김홍도의 이름을 얻었을 그 구절이 너무 감격스러워, 오주석 선생에게 너무도 전화가 하고픈 이야기를 읽으면서, 가슴이 찡~ 했다.
무엇인가 발견하고는 기쁜 나머지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고픈 때가 있다.
이제 누구에게 한단말인가. 새삼 그를 그리워한다...는 강선생의 말이, 바로 내 맘이었다.
이인문의 송계한담도 설명 중, 141쪽엔 고송유수관도인에 館을 썼고, 145쪽엔 觀을 썼다.
내 생각엔, 오랜 소나무와 흐르는 물 사이 도인을 보다...는 후자가 맞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