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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 차 주고 싶은 등짝
와타야 리사 지음, 정유리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4년 2월
평점 :
품절
원 제목이 '케리타이 세나카'다. 차고 싶은 등... 정도인데, 확 한 대 갈겨 버리고 싶을 만큼 답답하고 이해가 가지 않은 '은둔형 외톨이'를 동료 시점에서 적고 있는 이야기다.
한국 사회의 폐쇄성도 대단하지만, 일본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다.
일본 학교의 이지메와 등교 거부, 히키코모리... 등은 우리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심각하다.
아직도 한국 아이들은 집단 따돌림이 지나치게 잔인하거나 비열하지 않다.
하지만 한국 아이들의 고통은 또다른 식으로 다가오기에, 급격히 늘어나는 자살 등으로 표출되어 비교 대상으로 삼을 수는 없는 듯하다.
화자로 설정된 하세가와는 외톨이 니나가와와 동급생이다.
하세가와도 스스로 외톨이로 여기지만, 니나가와는 급수가 한참 위다.
특히 그 녀석은 '올리짱'이란 모델의 팬인데 그 수준이 완전 맛이 간 상태다.
그래서 정말 등짝을 한 방 뻥!!! 하고 차버리고 싶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 부모님도 거의 소통이 이뤄지지 않은 듯하고...
하세가와와 우연히 엮이면서 올리짱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고, 올리짱의 콘서트에도 가게 되지만,
역시 그의 성격상 문제만 불거질 뿐, 해피 엔딩은 기대하기 어렵다.
몇 해 전, 초딩을 살해하고 그 머리를 상자에 넣어 학교 정문에 두었다던 중딩 녀석이 이렇게 말했단다. "왜 사람을 죽이는 것이 나빠요?' 헐~, 그렇게 묻는다면... 할 말이 없다.
그런 의식 수준을 가진 외톨이에게, 사람의 생명이 소중하다는 것을 가르치는 일이 쉽지는 않으리라.
하지만, 이 소설에선
올리짱만을 오롯이 바라던 외톨이가
하세가와라는 통로를 통해서
하세가와가 새까만 점점 작아지는 발톱들을 단 그 발로 차 주었던 그 애정을 통하여
세상과 소통에 눈뜨기 시작하는 니나가와를 볼 수 있어 다행이다.
밤늦게 이 책을 보면서...
혹시나 마지막에 니나가와가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어떤 곳을 접할까봐
그리고 하세가와가 끝없이 마음아파할까봐 몹시 걱정이 되었는데,
그나마 해피엔딩을 읽고 책을 덮게 되어 한숨을 폭, 쉬고 말았다.
혼자만의 세계를 꿈꾸는 청소년기.
정신과에 가면 우울증이라며 약을 처방할 것이고, 좀더 센 의사를 만나면 정신 분열이라며 입원 병동을 상담할지도 모를 아이들...
사실 학교 안에도 정신과로 보내야 할 아이들도 분명 있다.
그 아이들이 제때 치료받지 못하면,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사고에 이르는 일이 많아 안타깝지만... 또한, 인간의 정신이란 소속이 불분명하여, 우울증과 순간적 우울함과 정신 분열 사이가 '안개'와 '는개'와 '안개비'와 '이슬비'와 '가랑비'와 '보슬비' 사이를 가르기 만큼이나 어려운 것이다.
그저 부르는 이의 기분에 따라 이렇게 저렇게 부르는 게 아닐까 해서 슬프다.
열 세명의 아이들이 막다른 골목을 달리고, 그 아이들은 무서운 아이도 무서워하는 아이도 있지만,
사실 막다른 골목이 아닐 수도 있다.
스스로의 이름을 "사이코" 수준인 '이상'으로 바꾼 작가의 이런 시들은, 과연 '정상'은 어떤 거야?
이런 의도가 아니었을는지...
과연 오로로 모여서 '조'를 이루고, 그 동아리에 어울리지 않는 이들을 배척하고 무시하는 세상의 횡포함을 시인 김해경은 '조감도'조차 오감도로 불러 야유하고,
이 소설의 작가 와타야 리사는 둘 다 '강물'이란 뜻의 '가와'를 붙인 고딩들 이야기를 통해,
뭐, 좀 외톨이면 어때... 하는 위무의 눈길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와타야...란 이름은 솜과 화살이란 뜻이다. 그의 글발은 솜처럼 따스하면서도, 세상을 향한 화살을 날카롭게 날리듯, 문제 의식에 곧장 다가가는 느낌은 서늘하고 신선하다.
냉장 장치가 잘 된 아이스크림 냉장고의 상큼함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