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폴라의 유혹 - 화가 남궁문의 산티아고 가는 길 - 봄 화가 남궁문의 산티아고 가는 길 계절별 시리즈 3
남궁문 지음 / 시디안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아내가 가장 좋아하는 꽃이 아마폴라다. 꽃양귀비라고도 하고 개양귀비라고도 한다. 

 

봄에 산티아고를 걸으면 곳곳에서 아마폴라가 환하게 피어있는 모양이다.
위의 사진처럼 한국에도 어딘가에 이런 꽃밭을 마련해둔 모양인데, 내년엔 아내랑 한번 다녀와야할 것 같다. 

화가인 남궁문의 책으로 나도 처음 산티아고 가는 길을 만났고, 역시 그의 여름길, 봄길을 읽고 있다. 이제 겨울, 가을길도 기회가 되면 읽게 되리라. 

이 책들에는 그의 사진 욕심이 가득하다.
그림보다는 사진이 많이 남는다. 포샵도 좀 배워서 멋진 처리도 되어있곤 한다. 

원래 친구와 함께 하기로 했던 길이었으나, 친구가 피치못할 사정으로 귀국하게 되어 홀로 길을 떠난 이야기다. 

세 번째 길이 되다 보니, 자신감도 생겨서, 햇살이 넘어가는 밤에도 길을 걷곤 한다.
여지없이 알베르게에는 자리가 없고, 그래서 오히려 마을 체육관 같은 곳에서 자는 호사를 누리기도 하지만, 곤란도 겪곤 한다.  

또 한국에서 처음으로 그 길에 대한 책을 내다 보니, 나름 유명 인사가 되어, 제법 많은 사람들이 그 길에서 그를 알아보는 경우에 조용히 길을 걸으려던 그는 당혹스러워 하기도 하는데... 
유명한 것은 그러게... 좋은 일이기도 하지만, 곤란하기도 한 노릇이다. 

쓸쓸하게 언덕을 넘어가는 독일 영감님의 "집에서 기다려 주는 사람도 아무도 없는데..." 이런 말은 읽는 나의 마음을 아슴프레 슬픔과 멜랑콜리에 젖게 만든다.
원래 담즙질 체질인 나는 남의 슬픔에 잘 침윤된다.
나이가 들었는지... 외로움이 금세 젖어들기도 한다.
이러면서, 욕심도 쉽사리 내지 못할 산티아고 길을 들입다 읽어대기나 하고 있는 일인데...
사람 일은 알 수 없는 것이다. 언제 그 길에 발걸음을 내딛게 될는지... 

뭐, 안 되면, 정년하고 나서 두어 달 다녀오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불과 20년 남은 일이니... 뭐, 그리 먼 것도 아니리라.
글쎄, 그때면... 어떤 마음으로 길을 떠나게 될까.
지금은 온갖 일과 사람들 걱정으로 쉽사리 길떠나는 것도 마음먹어지지 않지만...
일이 없을 때면... 또 어떤 데 마음을 팔게 될는지...
사람이란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존재이면서 말이지. 

이미 세 번이나 행차한 뒤기 때문에, 초행자들처럼 크레덴시알에 도장찍는 일에 의미를 둔다든지, 땅끝 피니스테레를 찍는 데 의미를 두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왜 걷는지 자신도 모를 그 길을 그저 뚜벅뚜벅 걷는 일.
다른사람과의 관계를 적절히 맺을 수도 있으련만... 과감히 뜯어버리고 떠나는 일 등
그의 걸음을 통해서 내 삶의 걸음을 돌이켜 볼 수 있는 좋은 책이다.

첫 장부터 오타. 금새 그 길을... '금세'로 적어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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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9-07-21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글샘님 새까맣게 까먹어버렸어요. 박노자씨 강연회...
방학직전 미친듯이 바쁘게 돌아가고 연이은 방과후수업준비에 물난리까지... 정말 어떡하면 좋아요. 까먹은것 조차도 이제야 생각나서 지금 사과랍시고 하고 있다니... 아 정말 어떡해요. 죄송하고 또 죄송한데 어떡해야 할지....

글샘 2009-07-23 09:23   좋아요 0 | URL
저도 요즘 정신이 외출상태인 관계로 그날 알면서도 가지 못했답니다. ㅠㅜ

후애(厚愛) 2009-07-22 0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폴라꽃이 정말 이쁘네요. 전 처음보는 아마폴라꽃이에요.
한국에 있다면 꼭 보러 가야겠어요.^^

글샘 2009-07-23 09:23   좋아요 0 | URL
한국엔 요즘 지방자치단체들이 무슨 축제를 많이 만들고 꽃도 심어서 구리시던가... 어디에 봄에 피는 모양이더라구요. ^^ 참 이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