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일회 一期一會
법정(法頂) 지음 / 문학의숲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2003년부터 금년 봄까지 법정스님이 내리신 법문을 모은 책이다.
맑고 향기롭게... 이런 뜻으로 늘 좋은 글을 내시지만...
누군가는 그랬다. 이름이 '불법의 꼭대기'란 법정이란 이름을 가지고선 무슨 무소유냐고...
이름만 가지고선, 또 그렇네. ㅎㅎ 

세상은 우리의 필요를 위해서는 풍요롭지만, 탐욕을 위해서는 궁핍한 곳.
그러니 너무 많이 쓰려고 하지 말고, 너무 욕심 내지 말고, 환경을 생각하고 살자는 이야기들이 숱하게 나온다.
탐욕과 공포는 늘 붙어다니는 쌍둥이 아닌가 싶다. 

조고각하 照顧脚下란 말이 있다. 발 아래를 내려다 본다는 뜻으로, 자기가 현재 처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지금, 여기에 늘 몰두하란 말이다.
지금, 여기밖에 살지 못하는 존재들이... 어찌 미래에 얽매여 고통을 불러들이는 것인지...
그렇지만, 또 오로지 지금, 여기에만 몰두하기 힘든 것이 세상사인 것을...  

원각도량하처 圓覺道場何處요, 현금생사즉시 現今生死卽是일세.
진리를 깨우치는 도량이 어디뇨, 지금 여기 살고 죽음이 곧 거기일세.
응무소주 이생기심이랬다.  마음이 머무는 바 없이, 마음을 내라... 어디에도 얽매이지 말고, 집착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쉽지 않다. "수주작처 입처개진"란 말도 있다. 처한 곳이 곧 진실된 곳일 수 있음이다. 

15일 이전의 일은 묻지 않겠다. 15일 이후에 대해 한 마디 해 보라. 
이런 선문답들이 많이 등장한다.
물론 법문들과 잘 어울리는 이야기들이어서 대중이 알아듣기 쉽다.
15일 이전의 일과 15일 이후의 일을 어이 알랴. 다만 여기서 충실할 따름... 

그 답이 일일시호일이었단다. 날마다 좋은날 되소서... 

스님이 남기신 세계 제일의 종교는 친절이란 말씀이 가슴 깊이 사무친다.
아이들에게 친절한 교사가 최고의 교사임이 내 좌우명이다. 

297쪽의 반야심경 내용 중, 원리전도몽상이어야 할 부분이 '원리정도몽상'으로 오기되었다.  

그리고 심무가애와 무가애고... 할 때, 한자가 心無罣碍 無罣碍故 만 옳은 줄 알았는데,
心無罫碍 無罫碍故 도 있다. 罣나 罫나 둘 다 '거리낄 괘'자로 뜻이 같다. 그런데 불경을 읽을 때는 가로 읽는데, 깊으는 모르겠고... 

스님의 말씀을 잔잔히 듣노라면, 세상 살이가 허무하다는 것을 자꾸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하루하루 신경질 내지 않고, 선 그자리에서 '친절'하게 사는 것에 마음두게 되고.
그게 법문의 힘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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