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차이위안페이 평전 - 시대보다 먼저 ‘현대 중국’을 준비한 위대한 지식혁명가
후궈수 지음, 강성현 옮김 / 김영사 / 2009년 4월
평점 :
중국의 교육을 온몸으로 겪은 이름이 차이위안페이(蔡元培)다.
한국에는 워낙 중국의 역사가 알려져있지 않아 듣지 못한 이름이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그가 살아낸 시대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애국사상을 고취시키고 근대 자연과학 지식을 추구하게 하며, 학생들로 하여금 소아를 버리고 국가관념으로 나아가 궁극적으로 세계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할 길을 개척하게 하는 교육...
어쩌면, 이런 보수적인 교육은 어느 나라에나 당연히 있어야 할 일인 게다.
그것조차 제대로 하고있지 못한 현실이 문제다.
근대 중국의 혼란을 교육을 통해 극복해 보려는 차이 선생의 노력들은 이 책의 전부다.
쑨원과 함께 근대 중국을 일으키려 했으나, 위안스카이와 청 정부의 결탁은 또하나의 극복 대상이었다. 덩샤오핑도, 저우언라이도 그의 그늘에서 자라났다. 수양산 그늘이 강동 팔십리란 말이 낯설잖다.
"다른 나라의 문화를 섭취함에 있어 큰 나라이든 작은 나라이든 간에 장점이 있다면 가리지 말고 <기갈에 허덕이는 사람처럼> 받아들여야 한다."는 그의 문화 섭취 이야기는 마치 구한말의 실학자들과도 같다. 안타까운 점은 조선이 식민지가 되어 그 실학자들의 꿈이 녹아버렸다는 것. 그래서 기갈에 허덕이는 사람처럼 문화를 섭취하던 자들은 사라져버리고... 돈에 기갈든 이들만이 교육이란 이름을 판다는 것.
중국의 구세력은 위안스카이의 죽음 이후에도 계속되었다. 이에 맞서는 자들 중 차이 선생은 빛을 발한다. 공자의 중국을 타파하고 전통 관념을 깨고, 자본주의 세계관을 갖춘 학교를 추구한다. 군국교육과 민족교육은 당연하다. 그의 교육론이 가진 특징은... 미학 교육의 실천이다. 미감이란 보편성과 실천성을 지니고 있어 피아간의 편견을 타파하게 되고, 생사와 이해관계도 초월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의 비유는 멋지다.
군국민주의는 근골이고, 실리주의는 위장이며, 공민도덕은 호흡 순환기인데, 미학 교육은 신경계통으로 감각을 전달하는 것이다. 세계관이란 것은 신경 계통에 붙어 형상도 없이 기능을 한다.(283)
그의 미학 교육이 추구하는 바가 어떤 것인지 잘 드러난 글이다.
위안스카이의 복벽운동과 제국주의 열강이 중국을 노리는 시기에, 차이 선생은 <미육으로 종교를 대신>할 것을 주장한다. 교육으로 제국주의 침탈에 맞서려는 기개가 대단하다. 그의 미육에 대한 논지는 중국의 신문화 운동에는 대립될지 몰라도, 제국주의 침탈에 맞서는 종교의 수준에 이른 것으로 치자면 그 가치를 무시할 수 없다.
실용을 앞세운 차이 선생은 백화문을 문언문에 앞세우자는 운동에 앞장섰다. 문자 개혁의 '간자보'와 주음 자모를 사용한 것에도 그의 공이 크다.
그의 베이징대학교장 이력은 중국 5.4운동과 밀접하다. 군벌의 압력에는 사임으로 저항할 정도였다. 그는 러시아의 허무당(프롤레타리아)과 같은 혁명 의식을 여성에게까지 필요하다고 할 정도로 선각자였다.
그의 교육에 대한 신념은 대단하지만, 크로포트킨의 '호조론'을 이상사회의 처방으로 생각한 것은 보수적인 교육자의 신념을 드러내주는 것처럼 보인다. 모든 사람이 이상적인 이성을 가지고 있어서 평화적인 경제 혁명이 가능하다고 믿는 순진한 말들은 이리떼가 들끓던 제국주의 시대와는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진사 출신인 그는 논어 계씨편의 불환과이환불균 不患寡而患不均 백성들이 적음을 걱정말고 균등하지 못함을 근심한다는 말을 사회주의와 상통하는 것으로 파악한다. 하긴 사회민주주의의 바탕에 깔린 균등의 원칙이 그의 이상과 어울렸을 법도 하다.
차이 선생이 살아온 궤적을 읽는 것만으로는, 그의 사상을 읽기엔 부족하다.
당시에 그의 저서를 읽어본 이라면, 그의 생각에 얼마나 큰 동감을 표했을지는 이 책으론 읽어내기 어렵다.
마오쩌둥 주석이 <학계의 태두요 만세의 귀감>이라 애도한 그의 죽음을 생각한다면...
교육 대국이라 떠들면서 사실은 사교육의 천국이 되어버린 이 땅에 오직 <민주 자유의 쟁취>에 행로가 있었던 교육자는 어디 있는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