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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노보 찬가 - 정글자본주의 대한민국에서 인간으로 살아남기
조국 지음 / 생각의나무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노 전 대통령의 사망(서거라는 슬픈 말보단, 자연사가 아닌 명백한 변사이므로 사망으로 쓰겠다.)으로 나라가 우울했다.
그런데... 5년간 노무현 정권이 실패했던 것들이 그의 죽음으로 갑자기 번데기를 벗고 나비가 되는 모습을 보고 나는 몹시 의아하다.
그는 분명히 버블 경제 삽질 정책과 환경파괴 정책을 펼쳤고, 신자유주의에 적극 호응하는 fta를 도입하려 했으며, 학교의 사교육화를 부채질하는 실패한 대통령이었다. 그에게 실망한 사람들은 결국 되도 않은 이명박을 뽑는 악수를 두지만...
노무현 정권의 노동 정책이나 농업 정책은 뭐, 그다지 노동자 중심이거나 친환경적이지도 않았잖은가. 그런데도... 마치, 노무현 정권의 업적이 노동자 친화적, 농민의 벗인 양 미화하는 것은, 아무리 그의 죽음이 애석하대도... 과장이 심하다.
물론 노무현 정권이 노동자를 군홧발로 짓밟진 않았지만... 비정규직의 확산을 저지하려는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았고, 농업의 황폐화를 불러올 자유무역을 더 활짝 열어준 것은... 당시의 부시 미국 정권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겠지만... 그가 지금처럼 칭찬받을 만큼 잘하진 않았다고 생각한다.
삼성을 지금처럼 간이 붓도록 만든 정권은 바로 그 정권이었다.
삼성이 태안 앞바다에 시커먼 기름을 쏟아부었을 때, 아무런 준비도 없는 국민들이 '자원봉사?'란 이름으로 위험한 원유에 노출된 섬찟한 사건같은 것은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가?
참여 정부는 총체적으로 무능하고 무기력했던 정권이지만, 그랬던만큼 유시민의 복지정책은 '공'으로 남았다. 국가적 복지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던 것은 준비안된 정권의 큰 업적일 수 있다.
뭐, 참여정부가 잘하지 못한 데는... 한나라당의 딴지걸기와 온갖 권력, 금권, 언권 등을 가진자들의 담합이 시종 흔들기를 멈추지 않은 이유가 가장 크지만... 그렇다고, 지금 노무현을 하느님과 동격에 놓는 식의 모습들은... 뭔가, 좀 아니다.
서울대 교수들의 시국선언이 터졌다.(그 자리에 듣보잡 노친네들이 쌩쑈를 벌인 해프닝도 벌어졌지만... 이명박의 하수인들은 참 거지같은 꼴을 하고 있다.)
중앙대도 나왔고, 계속 이어질 조짐이다.
작년에 촛불집회에서 '이명박은 물러가라'고 했지만, 반성하고 좀 잘 하란 뜻이었다.
그렇지만... 결국 반성은 아침이슬보다 빨리 말라버렸고,
어제 피디수첩에서 보여준 일부분처럼...
국민을 섬기는 마음으로 찍어 조졌다.
벌금을 매기고, 온갖 고발과 압수, 구속을 일삼고...
아무 이유도 없이... 48시간에 가까운 구금을 한다.
나는 전두환 시절에 대학을 다니면서... 경찰서 신세를 한 댓 번 진 것 같다.
그렇지만... 한 번도 24시간을 넘긴 적이 없다.
보통 저녁 무렵에 들어 가면, 다음 날 점심 먹고는 내보내 줬다.
하긴 그 때는 워낙 대학생들의 출입이 무상해서 우리를 이틀 재워줄 공간도 없었겠지만...
맞기는 많이 맞았더랬다.
전두환 시절의 경찰에 비하면, 지금 경찰 놈들은 훨씬 잔인하다. 알아서 긴다. 이게 imf의 학습 효과인가?
헌법은 무시되고, 집시법, 마스크법, 온갖 듣보잡법이 판을 친다.
부자는 무죄법...은 거의 불문율이다.
휠체어 무죄법이랄까... 삼성, 현대, 한화... 요놈들은 툭하면 휠체어다. 그리곤 무죄.
서울대 법대 조국 교수가 보노보 찬가를 썼다.
자본주의란 침팬치 깡패 세계에서 보노보처럼 여성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하자는 이야기다.
그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촛불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노무현의 죽음을 통하여 국민이 깨달은 것들... 사소한 소중함들의 절실함... 같은 것들을 깨닫게 된다.
한국 사회의 정치지형이 전쟁과 권위주의를 거치면서 심하게 오른쪽으로 치우쳐 고착되어, 진보진영의 존재는 그 자체로 소중하다.(75)
아, 진중권처럼 줘까는 말도 시원하지만, 이런 애정어린 질타가 한국의 진보에겐 정말 필요하다.
민노당과 진보신당에게 정말 잘 하라는 애정을 보낸다.
당대가 이른 가장 높은 문명 감각의 정상에 서서 당대가 이른 가장 높은 현실 정치에 대해서조차 비판하는 것. 이것이 진보이며, 진보는 불리한 진실도, 불편한 진실도 모두 다 드러내고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77)
이런 것이 진보에 대한 진실한 기대다.
그냥 맘에 안 들어 해선 안 되며, 애정을 가지고, 그러나, 무식함에 대해서는 충고를 하는... 그의 글은 한없이 따스하다.
불의는 참아도, 불이익은 못 참는다.
요즘 사는 사람들의 생각이다.
이명박이 먹고 사는 생각이다.
인권운동은 불의를 못 참는데서 출발하는 운동이며, 불이익은 나누고 조정하는 운동이어야 한다.(89)
이익을 생각하기만 해서는 불의를 넘기게 된다. 새길 일이다.
기업 프렌들리 정책이 기업 범죄 프렌들리 정책으로 가는... 강부자고소영에겐 솜방망이, 국민에겐 쇠방망이인 정부를 질타하는 모습은 속이 시원하다.
그의 빗살은... 구석구석을 긁어 준다.
요즘 정국을 보고, 가슴이 답답하신 이들은...
이 책의 1,2부를 읽어볼 일이다.
그리고 3부는 법조인으로서, 그가 느낀 소수자 문제들을 적은 것이니 천천히 읽어도 좋다.
내가 리뷰를 쓰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망에 대한 과도한 미화를 앞세운 것은...
고인에 대한 추모가 싫은 것이 아니라... 그런 것들은 오히려 사태를 너무 단순하게 바라보게 하는 맹목을 만들기 때문에 삼가야 할 것이라 생각해서 중언부언 한 것이다.
이 나라가 자본주의란 침팬지들의 정글 속에서 보노보의 삶을 살아 내려면, 치열하게 스스로를 다스려야 한다. 그러기에 조국 선생의 글은 시원한 빗살이 되어 준다.
지엠 대우가 엉망이 되고, 이제 쌍용이 엉망이 된다.
국민의 삶의 질은 갈수록 엉망이 되어 버린다.
그가 이명박에게 주는 조언이 있다.
적게 주는가를 걱정하지 말고, 고르게 주는가를 걱정하라!
좌회전 깜박이를 켜고 우회전했던 참여정부와
우회전 깜박이를 켜고 급우회전의 도를 지나쳐 논길로 자동차를 마구 모는 현 정부의 작태를 보면서, 시사in이나 한겨레 21조차도 조국교수처럼 애정어린 눈길로 진보의 미래를 모색하는 글을 쓰기 어렵다. 갑갑해 하는 이들이 한번쯤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