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의 탄생 우석훈 한국경제대안 4
우석훈 지음 / 개마고원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왜 내가 고 노무현 대통령에게 기분이 상해있었던지 명확해졌다.
참여 정부가 했던 일들의 한계가 결국 지금의 괴물 정권을 창출하는 동력이 되었고,
결국 나라는 70년대 개발독재의 파시즘을 횡행하는 저질국가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우석훈은 마지막에 사교육없는 한국, 완전 고용의 한국, 평화 국가 한국, 생태국가 한국이란 희망의 말을 덧대고 있지만, 그리고 마지막에서 우리는 지는 법이 없습니다...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희망을 '명랑'이란 이름을 덧칠하며 쓰고는 있지만,
한 권 모두가 공포특급호러 경제학인 판국에 굳이 명랑이란 이름은 전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한 이명박의 애도만큼이나 어울리지 않는 것이다. 

한국에 사는 일이 요즘처럼 두려웠던 적은 없었다. 
박정희를 죽인 세력이 노린 것을 생각해 본 적은 있었지만,
전직 대통령을, 그것도 시골에서 촌로로 늙어가려는 이를 죽음에 이르게 한 그 세력은,
곰곰 따져보면 당장의 손익계산서를 따진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검찰과 현 정부의 원인 제공이 있었지만, 그의 죽음으로 어둠의 세력들이 노리는 것은
대한민국의 종속성을 심화시키는 정권의 연속성을 보장하려는 심보가 강하다는 의혹을 떨칠 수 없다.
현 정부의 지도력이 바닥을 긁고 있으며 민심이 급격히 이반되는 사태가 벌어진다면...
다음 정부의 지도자가 위치할 핵심이... 바로 봉하마을에 있었다고 판단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암튼 멀지않은 미래에 버블경제가 툭툭 터져버릴 때, 이 사회가 질낮은 구체제(앙시앵레짐)로 돌아서는 심각한 쇼비니즘 상태에 빠져들고, 전쟁을 향해 나서는 괴물이 되어버릴 수 있음을 경고하는 것으로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 

88만원 세대부터 촌놈들의 제국주의를 거쳐 괴물의 탄생까지...
이 두려운 나라의 양태는 많이 드러내 보여주었다. 

그러나... 삼성을 등에 업고 태안의 오염에 등돌렸던 참여 정부
천성산 개발을 가로막는 양심가를 죽으라 하던 참여 정부
사교육비가 폭등하는 것을 막을 의지도 능력도 없던 참여 정부
비정규직이 확산되고 소득격차가 벌어지는 현실을 재벌편에서 수수방관하던 참여 정부
결국 FTA라는 그들만의 잔치에 놀아난 참여 정부 

이런 것들이 버블경제의 모순을 심화시켰고 급기야 토목정권의 후안무치를 배태하여
리만 브라더스의 경제파탄 정책의 발단을 제공한 것이다.
이런 경제적 토대는 물론 <반 신자유주의>가 발전의 대안으로 제공될 수 없는 것이므로 일거에 변화시킬 수 없는 것이긴 하지만,
중앙집권형, 건설자본 중심, 재벌 경제 등의 개발 독재 모델은 필연적으로 3권의 부패를 불러옴으로써 국민들 경제를 등골빼먹는 결과밖에 낳을 수 없다는 것이다. 

현상적인 설명은 옳고 또 옳지만,
그렇다면... 대안은 있는 것인가?
파시즘으로 갈 가능성이 충분한 현실을 오로지 부정만 함으로써,
부자되세요~의 마음을 해체하는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그의 주장은 완전순진한 바보의 그것 아닐가 싶기도 하다. 

공무원 시험 경쟁률이 170:1을 넘었다고 한다.
결코 공무원을 줄이지 않겠다던 정부의 거짓이 현실로 드러난다.
이제 서울대보다 공무원 합격이 더 어렵겠다. 헐~ 

우리가 선진국이 되고자 하는 건 그것이 부유해서도 아니고, 강력한 군대를 가지고 있어서도 아니고,
다만 그것이 더 인간적이고 평온하기 때문 아닐까요?
왜 경제 성장이 필요한가.
여기에 대한 철학적 질문이 오히려 지금 단계의 한국 경제에 절실한 질문이라는 것이 제 믿음입니다.(268) 

결국, 상승 지향적인 개인의 성향을 적분해내지 못하고, 시대의 욕망만을 합친 이 책은 세태를 분석하는 데는 뛰어난 실력을 보여주지만, 밝은 미래를 위해 당장 내가 나아가야 할 길을 보여주는 데는 전혀 소용이 없었다. 

그의 말처럼,  
공교육이 살아나기를 바라고, 환경을 살리기를 바라고, 재벌 위주의 경제가 완화되길 바라고, 비정규직도 정규직화되기를 바라고, 대외 의존도가 낮아지기를 바라는 <바보> 경제학을 비웃은 일제강점기 채만숙의 풍자소설 <치숙>의 바보같은 고모부가 되기 십상일 것이다. 

봉하마을에 밀려드는 수십만의 추모 인파라는 현상은 대한민국이란 독특한 나라의 특징이다.
참여 정부의 잘못들을 그의 죽음 하나로 모조리 <재해석> 내지는 미화시키는 것이 나는 못내 못마땅하다.
고인의 죽음은 정말 비통한 일이 아닐 수 없지만, 많은 사람들의 추모의 글에서...
나는 비록 그의 정치 행보에 동조하지 않았지만... 같은 글들을 덧붙이는 것들은 참여 정부의 그런 오류들을 뭉뚱그려 표현한 것이리라. 

전임 대통령의 사고사임에 분명한 사태를 쉽사리 자살로 몰아붙이는 몰상식.
변호사 출신 대통령이 법적 효력이 없을 것을 뻔히 알 것임에도 컴퓨터에 띄워놓았다는 유서.
작금의 사태를 보면... 이 나라의 앞날이 곧장 남미의 부정부패 정부로 가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암울하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일은, 명랑이 아니라... 암울을 하나 더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젊은 세대들은, 한국의 문제가 무엇인지... 이런 책을 통하여 좀더 배우는 것이 필요하다.
왜 등록금 투쟁이 중요한 것인지.
왜 소금같은 빛이 될 촛불을 드는 일이 그토록 소중한 일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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