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됐든 산티아고만 가자 - 그림 그리며 떠나는 800km 도보 여행기
권순호.이경욱 지음 / 청하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희한한 책이다.
사진이 가득한데, 셋 다 정상은 아닌 표정(하하나 mc몽이 인상 찡그리고 입 크게 벌린 그림 생각하면 대략 맞다. ㅋ)으로 가득채웠고, 카미노 데 산티아고를 이렇게 술과 담배에 쩔어 가면서 시끌벅적 걸어가는 이들 이야기는 처음이다.
급기야 그들은 너무 퍼마셔서 몸이 고장나기 전에, 돈이 떨어져서 급구하는 소동까지 벌인다. 

이 책에서 제일 멋진 것은, 음, 역시 그림이다.
남궁 문 선생의 그림책도 멋지지만, 나름 카툰의 대가인 이경욱의 그림들은 카미노의 친구들을 멋지게 형상화 했다. 

여느 여행기에는 다 있는 <내면의 여행기>가 이 책에선 거세되어 있다.
그러나... 그 내면의 모습이 이경욱이 그린 그림들 속의 인물들의 표정에 넘칠 정도로 풍만하게 풍겨나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이자 장점이 될 것이다. 

젊은 세 명의 남자가 산티아고를 걷는 일은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아, 나도 이렇게 동경은 하면서도 선뜻 자신감이 생기질 않는 것이지만...
그들의 좌충우돌, 티격태격, 엉망진창, 시끌벅적, 야단법석, 주구장창 음주가무와 액션가면 모드의 돌입과 노홍철 표정 사진 촬영 소동은 잠잠한 책을 시끌시끌하게 이끌어 주었다. 

자기를 버려야 자기를 줍는다는 그 길에 설 날이 과연 올 것인가.
아니, 이들처럼 아무 준비없이 선뜻 그 길에 서야 걸어질 것이나 아닌지...
여행기나 안내서를 좀 읽었으면 생 장 피드포르...를 피드포트로 읽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마는,
오히려 준비와 머뭇거리는 주저함이 발걸음을 평생 묶어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먼 길을 떠나기 전에, 우선 가까운 길이라도 홀로 걸어야겠단 생각이 부쩍 느는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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