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가 남긴 한 마디 - 아지즈 네신의 삐뚜름한 세상 이야기 마음이 자라는 나무 19
아지즈 네신 지음, 이난아 옮김, 이종균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개를 사랑한 사람은 종교의 법도를 무시하고 개를 매장하려다 재판정으로 잡혀 간다.
개의 미덕을 인정하지 않는 재판관에게 "개가 죽기 전에 재판관에게 유산을 남겼다"는 말에 유언을 모조리 집행하라고 한다.
결국 개가 남긴 개소리는... 돈 앞에 장사 없다! 였다. 

터키의 작가 아지즈 네신은 감옥살이를 오래 했다.(하긴, 뭐 한국의 장기수에 비하면 별볼일 없지만...) 터키와 월드컵에서 만났을 때, 우방이니 뭐니 하더니만, 터키어랑 한국어가 조상이 같다나 뭐라나... 암튼, 사는 꼬락서니도 비슷한 모양으로 터키의 풍자는 한국의 풍자로 빗대어도 전혀 손색이 없다. 수십 년의 역사를 거슬러가는 요즘, 풍자는 눈물겹다.
개그 콘서트에도 등장하지 않는 정치 풍자를 생각하면, 더러운 정국에 칼을 꽂고 싶은 마음이다. 

내 아들을 체포하려 한다면, 누구나 부당함을 밝히려 하고, 부당한 일을 저지른 사람을 찾게 된다.<당신을 선출한 죄>
위로 위로 올라간 아비는, 결국 제 자식을 체포하는 권한을 가진 이를 뽑은 사람이 자기 자신임을 깨닫고, 제 심장에 칼을 꽂는다. 바야흐로 죄인을 찾은 것이다.
여러분 중에도 저처럼 기원전 128년 로마 공화국에서 살았던 사람이 있습니까? 혹시?
음, 내가 지금 기원전 128년 로마 공화국에서 살고 있다.
<당신을 선출한 죄>로 제 심장에 칼을 꽂아야 할만큼 이 땅은 슬프고 어둡다. 충분히... 

<삐뚜름한 모델>에서 부모가 시키는 대로 했던 자식에게, 부모는 말한다.
안타깝구나. 너희는 우리가 원하는 대로 자라주지 않았다... 신이 너희를 용서하지 않을 것...
한국의 많은 부모들이 가슴을 쳐야 할 대목이다.
왜 아이들 인생에 그리 감놔라 배놔라 하고 간섭들을 하는 건지...
정말 자기 자식을 위한 건지... 자식의 심장에 칼을 꽂는 것인지...
자살률 1위... 삐뚜름한 모델의 위업이 아닌가. 

도둑이 죽었다. 그의 무덤 위에 위풍당당한 건물 한 채가 우뚝 솟았다.
국.세.청
도둑의 혼이 부활했다.(도둑 고양이의 부활)
도둑의 시대가 바야흐로 이르렀다. 그 중심엔 국세청이 있지. 암, 아무렴. 

그리고 도둑들은 진실을 밝힌 사람을 목졸라 죽인 다음, 법령을 계속 발포한다.
<진짜 도둑과 녹슨 주석> 

<기차를 물리친 개>는 무엇이 중요한지를 생각하게 한다.
나는 교사다. 학교에서 중요한 것은 무조건 아이들이다.
아이들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일이 가장 중요하고, 교육이란 이름으로 저지르는 잘못들에 나도 큰 책임이 있다. 그렇지만... 많은 경우에... 기차를 쫓아내려고 달리다가, 기차가 점점 작아지고, 기차가 보이지 않았음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지친 몸을 쉬일 때가 있다... 그때,
관료주의의 폐해로 어린 양들은 이미 늑대의 밥이 되어버린 후일 때가 있다.
아지즈 네신의 풍자는 가진자, 위정자를 꼬집는 것만은 아니다.
그 위정자를 뽑은 손, 기차를 쫓느라 양을 죽인 개들... 나의 심장에 칼이 박힌다. 

<늑대가 된 아기 양>
양에게서 더 많은 젖과 털과 살을 얻으려 양을 몰아댄다. 급기야 양을 죽이고, 들볶고, 철퇴로 찍는다. 양은 서서히 온순함을 버리고 늑대로 변해 간다.
결국, ... 날카로운 이빨이 양치기의 목을 물었다. 새하얀 눈은 양치기의 붉고 더운 피를 빨아들였다. 

서늘한 죽비가 등뒤로, 졸고 있는 정수리로,
마치 폭포의 빗금이 되어, 등허리를 가로질러 내리 꽂힌다.
아지즈 네신을 읽는 일은, 스스로를 곧추세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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