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불명 야샤르
아지즈 네신 지음, 이난아 옮김 / 푸른숲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이건 뭐, 국가도 아니다. 

우스갯소리에 이런 얘기가 있었다.
장학사가 나와서 학생에게 물었다. 지구본은 왜 기울어져 있지?
학생이... 제가 안 했는데요...
그러자, 담임 왈... 그거, 사올 때부터 그랬습니다. -_-;;
교장선생님이 얼버무리면서, 우리나라 물건이 다 그렇죠, 뭐... 

아내가 좋아하는 전복죽을 먹으러 우리 둘은 기장군 대변읍 연화리에 자주 간다.
송정 할매집은 갈때마다 6개의 상이 가득 차는데,
한 시간에 20만원만 벌어도, 하루 100만원을 수월찮이 매상을 올린다.
그럼 한 달에 수천 만원인데... 헐~
세금도 하나 안 내니 고대로 남겠단 이야길 하고 나오는데,
연화리 삼거리에 이런 팻말이 있다.
세금 잘 내는 시범 마을! 헐~~~ 

뭐,
한국에 여행온 관광객이 갈빗대가 부러지는 일은 좋은 일이다.
작년처럼 닭장 투어가 부활되는 모습이다. ㅎㅎㅎ
이건 뭐, 나라가 아니다. 

근데, 한국과 비슷한 나라가 있었으니, 터키가 그렇다.
독재자가 존경받는 것도 그렇고... 하는 짓거리가 웃기는 것도 그렇고...
웃자니 눈물나고, 울자니 웃기는 상황 말이다. 

세금 제대로 내면 멍청이인 것이 한국인데, 나보다 5배는 더 버는 사람도 영세상인으로 등록되면 세금은 10분의 1도 안 낸다. 심하면 전혀 세금을 안 내기도 한다. 

야샤르는 주민등록증도 못 받는 희한한 상황이지만, 군대도 가고, 세금도 낸다.
필요할 땐, 국민이고, 책임져야 할 땐, 이미 전사한 사람이다. 

한국에 살면서 그걸 느낀다.
사회 책에서 배운 의무는 늘 져야 한다.
그러나... 권리는, 뭐, 별로 중요하지 않다.
헌법 아래 법률, 명령, 조례, 규칙... 이런 것이 법률의 구조인데,
가장 중요한 것은 대통령령인가... 아니, 뭐, 경찰들의 곤봉을 보노라면, 가장 아랫단계의 규칙조차도 지켜지지 않는 곳이 여기다.  

70년대 김지하가 있어서 똥밭에서 춤추는 장관들을 그렸다면,
터키엔 아지즈 네신이 있어서, 죽었으면서 감옥에 잡혀가서 아라비안나이트의 천일야화처럼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주는 야샤르를 창조한다. 

열차 시각표는 왜 있느냐... 기차가 얼마나 연착했는지를 알기 위해서란다. ㅎㅎ 

그들은 제게 조금이라도 이로운 일이면, 넌 죽었어하고
자신드리 아쉬우면 넌 살아있어 한다니까요.
학교에 가려고 하니까, 넌 죽었어 하고
군대에 데리고 갈 때는 넌 살아있어 하고,
주민등록증을 원하니까 넌 죽었어
세금을 징수할 때는 넌 살아 있어.
소송을 걸면 죽은 사람 취급,
정신 병원에 가둘 때면 살아있는 사람.... 

아, 국가란 것이 원래 이래서 존재하는 것 아닐까?
국가라는 기구가 그래서 만들어 낸 감옥 속의 동료들은 항상 말한다.
에이, ^^ㅣ발! 이라고,... 

500페이지에 이르는 이야기지만, 한 열 편의 짧은 라디오극을 듣는 기분이다.
시대적으로 조금 과거인 듯 하고, 그렇지만... 풍자적이면서도 날카롭기가 칼날같은 야샤르의 이야기를 읽는 일은...
국가라는 기구가 자연인을 국민이란 이름으로 옭아매고는,
권리 빼고, 의무를 죽으라고 강요하는 이 나라와 오버랩되는 터키를 떠올리며,
해양과 대륙의 교량 역할을 하는 반도 국가와,
서양과 아랍의 교량 역할을 하는 반도 국가의
비슷한 운명과 비슷한 고뇌를 담은 것이 아닌가 하는 달콤 씁쓸한 책. 

장마철이라도 들어, 곰팡이 냄새가 퀴퀴하게 음습한 폐를 파고들 때,
빠삭 마른 공기를 마시고 싶은 사람은 한번쯤 들이마시듯 읽기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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