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의 문학과 사상
김지용 지음 / 한양대학교출판부 / 2000년 6월
평점 :
품절


한국에 르네상스가 있었다면, 언제일까.

고전이 있어야 르네상스가 있을 것인데, 유학을 살리려는 것이라기 보다는, 박지원의 문학은 유학을 죽이자는 것이었다. 조선 초기부터 중기까지 풍미했던 주기론과 주리론, 이기일원론, 이원론이 가진 관념철학의 시대는 전쟁 앞에서 무력했다.

조선이 후기를 갖게 된 것은 어쩌면 비극적인 미학이라 하겠다. 우리 역사책의 조선 후기는 한국적 상황의 르네상스를 떠올리게 한다. 그 정점에 선 인물로 나는 박지원과 정약용을 꼽는다.

학삐리 사회에서 물론 정약용이 더욱 높은 위치에 있겠지만, 박지원의 글들이 보여주는 입담과 시야는 오늘날, 스스로 좌파이기를 고집하는 진중권의 오딧세이아와 유사한 면모를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박지원의 출중함은, 그 시대엔 그런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되는 시대였기 때문이다. 진중권은 충분히 기득권을 가진 세력에 맞부딪을 수 있는 시대에 태어났다. 그러나 박지원은 결코 녹록치 않은 시대에 살아왔다.

그의 글들을 읽으면, 그 시대에 어떻게 그런 생각을 품고 스트레스성 심계항진과 고혈압으로 인한 뇌경색으로 쓰러지지 않을 수 있었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나는 박지원을 읽을 때마다 그의 폭포같은 정신에 오싹할 따름이다. 깨어있으라!는 일갈을 듣는듣해서.

나태한 나 자신을 깨우치는 연암 선생의 글은, 우리가 그렇게도 국어 교과서에서 많이 읽었던 '민족 문화의 전통과 계승'에 나왔던 중국에 예속되지 않았던 글이고, 전연 새로운 글이다.

나는 앞으로 살아가는 날동안, 모르긴 몰라도 일 년에 한 권씩 연암을 읽을 것이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는 길이 될 것 같은 예감으로...

이 책에 별 하나를 준 것은, 연암의 글에 대한 모음 이상 작가의 해석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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