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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신호등 - 원칙과 소신을 지키기 위한 자기성찰의 거울
홍세화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7월
평점 :
절판
세상엔 온통 빨간 신호등뿐.
중국어로는 신호등을 홍록등이라고 부른다. 그것은 그냥 빨갛고 녹색의 등불일 뿐이다. 우리는 그 신호에 따라야 한다는 약속을 갖고 살지만, 사실 차가 거의 없을 때 나는 신호등을 자주 무시한다. 걷거나 운전할 때...
이전의 홍세화의 글들이 기획적이라면, 이 글은 잡문의 일종이다. 칼럼이란 게 그렇지만, 그를 읽은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읽을 필요까지는 없지 않을까. 참 읽히지 않는 책이었다.
우리 사회의 곳곳에 숨은 암종의 세포들을 발겨내는 몇 년 전의 칼럼들을 보면, 거즈로 살짝 덮어 둬서 잊고 살았던 상처에 날카로운 종잇장이 스친 섬뜩함이 등골을 스친다.
B급 좌파를 읽을 때도 그런 생각을 했지만, 역시 김규항보다는 홍세화씨는 한 수준 위다.
세상을 보는 눈도 그렇고, 필력도 그렇고.
산다는 것이 장밋빛 탄탄대로는 아닐지라도, 평온한 꽃길도 있고, 진흙 좀 묻더라도 고요한 시골길 같으면 좋으련만, 아침마다 길은 파헤쳐지고, 까발겨져서 길의 개념을 잃고, 길의 의미를 분산시켜 버린다. 아침마다 대문짝만하게 불거지는 사건, 사건들은 사는 걸 무섭게 한다.
오랜 암종들이 서로 규합하고 조직되어 발생하는 새로운 암종은 면역이 생겨 쉽사리 사그러들 줄 모른다. 숙주가 죽는 길만이 암종의 종말인가.
우리 사회의 암종에 칼날을 들이대기엔 숙주의 면역력이 너무 약하단 느낌으로 온 몸이 써늘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