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국어독본
윤세진 지음 / 푸른숲 / 2000년 3월
평점 :
품절


국어선생치고 이런 책 한 권 내 보려고 맘 먹지 않았던 사람 누가 있으랴. 국어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들을 정리해 보고 싶은 맘이야 누구에게나 있으리라만, 능력과 기회가 안 되니 대부분 포기하고 말지. 나는 알라딘 덕분에 이런 잡문으로 풀게 되어 고맙게 생각한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몇 가르치지 않았으면서도 참 많은 생각을 책에 담아 놓았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었으면, 하는 이야기들을 다 담아 놓고 있다. 의욕이 넘치는 젊음이다. 그는 386세대는 아닌, 387세대다. 386세대만큼의 고루함과 무거움을 털어버릴 수 있었고, 톡톡튀는 개성을 드러낼 수 있으면서도 완전한 새 세대는 아니다.

국어교육에서 다루는 언어와 국어 사용에 대한 문제를 광범위하게 다루었다. 그러나... 의욕이 앞섰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기 적당한 사람은 저자가 겨냥한 고등학생이 아니다. 이 책을 읽어야 할 사람은 국문과 1년생 정도, 아니면 국어선생을 하려고 맘 먹은 사람들이 읽어야 할 책이다. 일반인에게 다가가기엔, 더군다나 고등학생에게 읽히기엔 너무 거대한 담론이란 생각이다.

시를 감상해야 한다면서, 실제로 아름다운 감상은 나오지 않는다. 언어를 오염시켜야 한다는 고종석의 의견을 그대로 드러내면서 너무 가볍게 생각한다는 우려가 들었다. 사실 하나 하나의 이야깃거리들이 책 몇 권의 연구로 나와야 할 저작들의 꼭지가 아닐까 하면서 읽었다.

책을 읽는 며칠간 (난 여러 권의 책을 동시에 읽고 있는 경향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커피 카피 코피'란 소설을 같이 읽었고, 정수일의 이슬람 문명을 아직 읽고 있고, 조지오웰의 카탈로니아 찬가도 읽고 있다.) 그의 발랄한 사고에 공감하면서도, 제목이 걸렸다.
그처럼 우리 나라말만 고수하는 사람들을 비판하는 사람이 왜 '국어'라는 말을 여과없이 썼을까.

세계에서 국어라는 말을 쓰는 나라는 우리와 일본 뿐이다. 다른 국가들은 '모국어(mother tongue)'의 개념만 있고, 국어(national language)는 없다. 그런데 일본이 국어를 일본어로 바꾸려고 하고 있다. 그게 객관적인 것이다. 독본도 마찬가지다. 일본말이다. 본(本, 혼)은 책의 일본 말이고, 독본(讀本, 요미혼)도 일본말이다. 우리 나라 사람들이 본을 사러 가는가? 본점에 책 사러 가는가? 본을 읽는가?

사실 우리가 고민해야 할 덩어리는 한둘이 아니지만, 그의 지적 욕심에 질투가 나서 헐뜯고 있기도 하지만, 의욕이 앞서 너무 어려운 책을 만든 것이 아쉽다.

저자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한 5년 더 공부해서 그가 좋아하는 영화, 음악, 미술, 고고한 미술 역사까지 곁들여서 우리말(한국어)를 풍부하게 하는 책을 써 줬으면 좋겠다.(제발 복거일같이 사이코 같은 무리가 되어 일본말의 쓰리, 네다바이가 아름답다는 형편없는 자유주의자가 되지 말고) 병팔이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형식이래도 어려운 내용은 어려운 내용이다. 정말 잘 아는 사람은 결코 어렵게 가르치지 않는다. <교실 밖 국어여행>이나 <문학이란 무엇인가(김대행)>을 보면 쉬운 책은 어떤 것인지를 알 수 있다.

한국어에 대한 사랑을 품고 더 깊이 공부해 주기 바란다. 깊은 지식을 고답적으로 풀어내지 말고, 정말 쫀득쫀득한 언어로 풀어낸 '국어독본'이 아닌 '한국어 읽기'책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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