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이 꼭 알아야 할 아름다운 우리말
이정 지음 / 계림북스 / 2002년 1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칭찬할 부분도 많고, 비판할 부분도 많다. 요즘은 초등학생 산업이 붐이다. 서점에 가 보면 전에는 중고생의 참고서가 주류를 이뤘는데, 요즘은 초등학생의 영어, 한문, 기타 전과목의 학습 도서가 만화로 동화로 출판되어 있어 일면 긍정적이고, 다른 한 편 어린아이들을 볼모로 부모들이 주머니를 털려는 얄팍한 상술이 아닌가 우려되기도 한다.

국어 관련 학습 도서들도 자세히 보면 엉성한 면이 많다. 먼저 서평을 하신 singlegolfer님이 잘 지적하셨듯이, 이런 책을 쓰는 분들이 아동문학에 관심이 많으신 분도 계시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태반이다. 어떤 학습 만화는 너무 저질이고, 어떤 학습 만화는 이해하기도 어려운 경우가 다반사다. '--에서 살아남기' 시리즈 같은 예는 좋은 저작의 본이 된다.

저자의 주장대로 아름다운 우리말이 사라져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안타까운 일이다. 볕뉘, 윤슬(물비늘) 같은 말들은 참 아름다운 말들이다. 볕뉘는 구름 사이로 좁게 비치는 햇살이고, 윤슬은 바다나 강의 반짝임을 나타내는 말이다.

그러나 너무 우리말을 강조하는 것은 국수주의적 폐단에 빠질 우려가 크다. 우리 것만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우리가 쓰는 언어는 시대에 따라 다르다. 일제 시대가 끝나고 일본어를 몰아내려던 운동은 정당한 것이었다. 미제 시대(미 군정기)가 끝나고 영어를 몰아내려던 운동은 조금 미흡했다. 이제 살아남은 일본어와 영어는 상당히 없애기 어렵다. 오뎅은 어묵과 느낌이 다르다. 떡볶이 집에서 친구와 어묵을 먹으면 이상하잖아. 그리고 베이비 복스 노래가 히트한 것과 유행한 것은 다르다.

우리말의 소중함은 안 쓰는 말을 억지로 찾아내는 것이 아니다. 쓰이는 말인데 우리가 잘 모르는 것을 소중히 여길 일이다. 그런 것은 이 책처럼 작위적이어서는 안된다. 문학 작품에서(예를 들면 벽초 홍명희의 임꺽정은 우리말을 잘 살려 쓴 본보기이다. 어려운 말의 풀이도 좋다.) 우리 문화를 익히고, 자연스럽게 우리말을 체화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억지스럽게 만든 책을 읽는 것은 아이들에게 언어 습득을 공부라고 잘못 생각하게 하는 나쁜 방법이다. 국어선생인 나 같은 사람도 새침떼기라고 생각했는데, '새침데기'가 맞았다. 발음은 '-떼기'가 맞고. 이런 책을 재미삼아 읽고, 문학 작품을 많이 접하도록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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