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의 차가운 손
한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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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터 '한강'을 한 번 읽어보고 싶었다. 그가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몰랐다. 이 책 책날개를 보니 여자인 것 같다. 다른 이들의 소문을 인터넷으로 보고 한 번 쯤 읽어볼까 생각했는데, 읽고는 역시 실망이 크다. 차가운 손을 가진 사람들과 그만큼 차가운 관계를 통해서 현대 사회의 인간관계를 묘파하려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 소설 속의 사람들은 지나치게 비현실적이고 지나치게 차가웠다.

오히려 그녀의 편집증적 살빼기가 실감나게 다가왔다. 오로지 살을 빼서 남들에게 날씬하게 보여야 한다는 내적 집착이 모든 인간관계와 인간으로서의 자격을 추월해서 존재하는 현실이 실감나는 현실. 폭식증에 걸려 죽도록 먹고, 토하고 다시 먹고 토하고, 위산과 양치질에 이는 망가지지만 피폐해져만 가는 정신은 살찌지 않았다는데 안심하는 게 아니라, 쪘을까봐 불안해하는 현대인의 비정상적 식습관과 정신상태를 진단하는 모습이 맘에 들었다. 다시는 한강을 읽고싶은 맘이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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