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고행 산티아고 가는 길
남궁문 지음 / 예담 / 2002년 12월
평점 :
절판


내가 중학교 때던가. 유치환의 '깃발'을 보고는 한참동안 멍-하니 있던 적이 있었다.

이것은 소리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

지금도 나는 유치환의 깃발의 첫머리를 가장 사랑한다. 이 시가 비록 작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이야기에서 나온 것이라 할 지라도 난 인간의 끓는 피의 이미지를 이보다 잘 잡아낸 시를 아직 보지 못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난 계속 가슴 뛰는 청년이었다. 그가 산티아고의 철십자가를 가슴에 품고 1000킬로를 걸었던 그 가슴 벅찼던 행로 내내 어떻게 그 길을 갈 수 있었던가를 생각했다. 그가 마음에 품었던 7쪽의 철십자가는 사라지고 181쪽의 철십자가에서 실망했다지만, 그렇자고 산티아고 가는 길의 의미가 떨어지진 않을 것이다.

산티아고 가는 길, 그 고독한 순례길은 '진정 나를 찾아가는 보헤미안들의 향수 담긴 길이리라.' 스페인어를 애써 배워 둬야겠다. 어느 일본인 청년은 스페인 말도 영어도 못했지만 이 길을 씩씩하게 갔다고 하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말이 통하는 사람들도 조금 만날 수 있다면... 인도를 읽으면서 인도로 달려갔던 마음이 자꾸 줄어 들고 있었는데 - 두려움과 소심함으로- 이제 달려 가고 싶은 곳이 다시 생기다.

이 길을 가르쳐준 남궁문 선생에게 감사드린다. 그렇지만 그의 그림은 조금 낯설다. 책값도 좀 비싼 편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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