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대학 2학년 때 강석경의 소설이 무슨 상을 받았다. 그런데, 난 그 소설이 너무 싫었다. 그 시대가 어떤 시대였는지 아는 이들은 알 것이다. 나는 그 아름다운 청춘의 대학 생활을 최루탄 가스 아래서 질식할듯이 병들었던 젊음이었다. 그래서 어떤이가 이 책을 권해 주었을 때, 작가에 대해서는 별로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책은 상당히 예뻤다. 포스트모더니즘의 한 특징, 쥐뿔도 없는 것이 겉모습은 그럴 듯 한 거.사진도 시원스레 색상도 예쁘다. 그런데, 막상 기행문과 딱 들어맞는 사진은 거의 없다.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읽어 보라,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을 읽어 보라. 설명에 적합한 사진이 바로 옆에 착 붙어 있어 글을 얼마나 살려 주는지를... 그의 글을 읽다가 짜증이 책 밖으로 튀어나왔는지, 며칠을 읽지 않고 꽂아 두었다. 그 동안 인도사학자 김옥순님의 글을 읽었고, 근 열흘만에 마무리를 지으려고 잡은 책은 술술 넘어 갔다. 그새 익숙해 진 탓이리라. 우리는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이렇게 얼마나 잘 익숙해 지는가. 악담은 길수록 나쁜 법.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