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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는 진실을 가르치는 자유인 - 전 전교조 위원장 김귀식 교육 수상록
김귀식 지음 / 우리교육 / 1999년 8월
평점 :
절판
전교조가 창립되던 1989년의 여름. 그 피비린내 나는 날카로운 칼날은 이 땅의 교육에 피를 뿌렸지만, 그 피가 씨앗이 되어 지금은 학교가 많이 달라졌다. 교장들은 이렇게 말한다. '교장하기 좋던 시절에 교사하고, 이제 교장하기 힘든 시절에 교장한다'고. 그런 얼굴을 보면 이렇게 내뱉고 싶다. '그래, 누가 너 보고 교장 하라디?'
이 책을 읽으면서 참으로 부끄럽고, 절망스러웠다. 잠시나마 편하게 살아 보는 건 어떨까 생각했던 나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웠고, 전교조가 출범한 지 14년, 합법화 된 지 4년이나 되었건만, 김귀식 선생님이 비통해 했던 교실 속은 아직도 그 싸움이, 그 경쟁이 그대로 있으니 절망스럽다.
어디에서 희망의 꽃 한 송이 찾아볼 수 있을까. 아직도 자율없는 자율학습에, 보충없는 보충학습이 그대로 횡행하는데, 예전처럼 교장이 보충수업 관리비 안 타간다고 전교조는 할 일을 다 했는가? 교무회의 시간에 교장이 권위적인 목소리로 지시하는 일이 줄었다고 전교조는 참교육이 실현되었다고 착각하고 있는가.
지난 봄, 어떤 맘 약한 교장 한 사람이 죽었다. 그걸 두고 교장단은 똘똘 뭉쳐 난리를 쳤고, 조중동에서는 악마같은 교단의 사탄, 전교조를 저주했다.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는 가련한 것들.
우리 아이들에게는 일조권이 없다. 그래서 우리 학교에는 식물 꽃은 피는데 사람 꽃은 피지 못한다. 나는 노래방 가면 맨날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를 부른다. 이 노래를 부르면 그 박진감 넘치는 박자와 우리말이 어울리면서, 심장의 고동이 점점 커지는 느낌과 함께, 정말 사람이 아름다워 보인다. 일종의 마약인가. 깨고 나면 허무하기 그지 없는 마약.
지금 우리 교실에선, 어느 누구도 자기의 생각을 조리있게 정리하는 표현을 가르칠 수 없고, 우리의 삶의 지평을 넓히는 문학을 생활화하도록 지도할 수 없다. 읽고 답 찾는 지루하기 그지없는 과정을 답습할 뿐.
답 보. 제자리걸음만 죽으라고 하는 사람은 수인일 것이다. 답답한 감방에서 왔다갔다 어슬렁거리는 야수의 눈빛을 한 수인. 동물원의 야수들은 비굴한 야성을 지니지 않았던가. 그러면서도 우리 나라는 OECD 국가중 최고의 교육비를 지출하는 나라라고 신문에 난다. 이젠 이놈의 나라 교육열도 진저리가 날 만 한데...
이런 사회에서 교사가 진실을 가르친다고 해서 자유인이 될 수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