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가 있는 풍경 - 인도사학자 이옥순의 인도문화기행
이옥순 지음 / 책세상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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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적이란 것의 기준은 정하기 어렵지만, 인도에 대해서는 편견이 많다는 것이 객관적인 의견 같다. 인도를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천민 자본주의의 못살고, 더럽고, 끈적거리는 인간들의 나라로 여기는 시각과, 상당한 철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한 행복한 나라라고 여기는 감상적 시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내가 읽은 책은 류시화의 책이 몇 권 있었는데, 그는 인도와 같이 살 수 있기에 인도를 후자의 시각으로 볼 수 있었던 거 같다. <강석경의 인도 기행>은 한편으론 객관적으로 보이면서도 시야가 좀 좁아보였다.

이옥순의 기행은 어느 정도 개인적인 시각을 유지하지만, 역사학자의 글 답게 역사에서 추출한 객관이 들어 있다. 그러나 인도 사람들과 살갑게 나눈 정감들이 부족함을 본다면 이것도 객관적이라는 말을 붙이기엔 함량미달일 수도 있다.

이 책에서 가장 충격적인 것은, 1984년 12월 3일, 미국 국적의 유니언 카바이드사의 실수로 가스 누출 사고로 7000여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아직도 수십만이 고통받고 있으나, '운있는 자는 죽었고 운없는 자는 살았다'고 할 정도로 지독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인도에 유니언 카바이드사의 배터리가 활발히 유통되는 것을 본다면 맥베스의 말마따나, 인간에게는 진지함이 없는 것일까.

스와데시가 없는 스와라지(자치)는 의미가 없다면서 물레를 돌리던 간디의 저항이 아직도 계속되어 콜라를 이긴다는 인도에서 비록 쌀알로 새긴 예술(콜람)은 사라져 가지만, 그들의 천천히 가는 역사에서, 그동안 너무 빨리 달려와 이젠 지향점도 속도감도 잊어버린 우리가 배워야 할 것들도 많지 않을까.

인도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날은 영원히 오지 않을지는 몰라도 인도를 향한 여행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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