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님은 알지요 - MBC 느낌표 선정도서
김향이 글, 권문희 그림 / 비룡소 / 1994년 10월
평점 :
절판


어떤 리뷰를 읽어 보니 이 책의 내용이 지나치게 촌스럽고 옛스러움을 비평한 것이 있었다. 확실히 이 책의 소재와 이야기는 옛날 사람들의 그것이다. 그래서 요즘 아이들의 가슴에 와 닿기는 좀 어려울 것 같기도 하다.

공간이 시골인 것은 좋다. 그리고 우리 민속을 조금씩 가미하는 것도 좋고. 그런데 등장인물들의 사건들이 좀 낯설다. 전쟁에 자식을 잃었다 다시 찾은 할머니, 그리고 집 나간 아버지가 성공해서 돌아오는 이야기는 왠지 칠십년대 신파조 생각이 난다.

이 이야기를 어린이들이 읽는다면, 어떤 부분이 가장 인상적일까. 형제가 없는 요즘 아이들은 애완견을 참 좋아한다. 맞벌이하는 부모가 비운 썰렁한 공간에 체온 가진 무언가가 있다는 건 의지가 되는 일일게다.

그리고 요즘 아이들은 갈라진 가정에서 자라는 경우가 갈수록 늘고 있다. 이 글에서 술주정뱅이 아버지가 싫어 집을 나간 영분이 엄마와, 송화의 아버지가 나오지만, 요즘 들어 정식으로 이혼하고 사는 부모의 이야기가 오히려 아이들에게는 좋은 소재가 아닐까.

이혼하고 사는 부모 밑에서 힘들게 살아가야 할 아이들에게, 이젠 부모가 돌아올 것이란 헛된 희망은 그닥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 차라리 부모님의 이혼을 솔직하게 받아들이게 하고, 같이 살진 않지만 혈육간의 정을 나눌 수 있는 현명한 방법을 제시하든지, 형제도 없고, 부모의 정도 부족한 현실에서 어린이가 나아갈 길을 제시해 줘야 하지 않을까.

물론 가장 행복한 것은 정상적인 가정에서 사랑받고 자라는 거겠지만, 시대적 변화를 거스를 순 없는 것이다. 장편소설 혼불에도 숱한 민속이 등장하지만, 형상화에 실패하고 있어서 겉도는 느낌을 받았다. 이 책에서도 왠지 작가의 아는 것을 과도하게 쏟아부으려 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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