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할인매장의 밤 늦은 시각은 도시 생활의 또 하나의 재미다. 조용한 시골의 한적함을 즐기지 못할 바에는 이런 공간의 틈새를 이용할 법도 하다. 아들 녀석과 주온2 영화를 보고 나니 열한시가 넘었다. 둘이서 사람이 거의 없는 할인매장에 가서 한 시간 너무 책을 읽는다. 낮이면 시끌벅적하던 아이들의 공간에 높이가 낮아 마음 편한 푹신한 의자에 앉아 읽기엔 역시 만화가 최고다. 동화를 읽든지...요즘들어 포엠툰, 스노우캣, 파페포포 같은 만화류가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각기 다른 강점들을 갖고 있다. 마린 블루스 2권은 아직 할인 매장에 없다. 1권을 읽은 소감은 '아직'이다. 역시 인터넷에 오른 그림 답게, 재치있기는 하지만, 뭔지 허전함을 지울 수 없다. 포스트모더니즘의 허공을 짚은 것일까?空 그 자체인 생각을 인식하려 하는 나의 '오온'이 어리석은 탓일까... 생활 속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을 그려내긴 했지만, 성게군, 불가사리, 선인장 양 등의 형상화는 그다지 탐탁하지 못하다. 그 성격에 딱 어울리는 소재라야 하는데.. 그중 선인장 양은 조금 맘에 든다. 성게군은 남들 곁에 가기 힘들다는 건지.. 좀 어색하기도 하고... 그러나 시작만 보고 장래를 점치기 어려운 법, 마린 블루스의 2권을 보고 싶다. 작가의 가능성을 보고 싶은 것이다. 젊은이의 힘을 보고 싶다. 이 시대의 젊은이들이 시대가 힘들어 그렇지, 다들 깊은 생각을 갖고 살아간다는 걸 확인하고 싶어진다. 청춘이 아니면 누리지 못할 정열과 열정과 이상의 세계를 구체화시켜 주었으면 하는 아쉬운 마음을 한 켠으로 접으면서 책을 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