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황사 터 옆에 차를 세우면 좋은 점이 많다. 가까이 분황사 탑을 보는 것도 즐거움이지만, 분황사 터 안에 핀 작은 꽃들이 참 정감 넘친다. 분황사 옆의 황룡사 터는 신라인들의 장엄한 불심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다. 달궁터나 임해전지처럼 왕족들의 추회만이 아닌, 온 신라인들의 원력이 여기 담겼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옛날, 지금처럼 크레인도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에 황룡사 구층탑을 세웠던 뜻은 도대체 무었이었을까. 경주를 걷는 것은 이야기 속의 세계를 떠도는 일이다. 많은 유물들이 박물관 안에 비장되어 있지만, 유홍준의 문화유산 답사기 2권에서 밝힌바와 같이 경주는 평생 살면서 구경해도 다 하지 못할 산책로다. 삼국유사를 줄줄이 읽으려면 정말 어렵다. 이런 글들을 왜 썼을까, 하는 의문이 떠나지 않는다. 이 책을 읽고 큰 의문 하나를 풀었다. 일연 스님이 단군신화와 함께 설화의 세계를 벗어날 수 없었던 삼국 유사의 뒷면을... 몽고의 80년에 걸친 국토의 유린을 복구할 수 있는 현실적인 가능성은 어디에도 없었다. 유일한 길은 상상속의 세계를 떠도는 길뿐. 삼국유사를 읽어보면, 정말 wonderland이다. 신과 부처와 꿈과 현실이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속에서 우리는 앨리스가 되어 우리 나라를 산책한다. 그러다 보면, 앨리스는 절망하고 좌절하지만은 않게 될 것이다.삼국유사의 존재 이유를 많은 사진과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책이다. 경주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꼭 한 번 보면 좋겠다. 사진만이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