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아이 블루 - 꿈꾸는 거인들의 나라
이해선 지음 / 그림같은세상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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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를 쓰고, 혹은 벗고, 세계 7대 불가사의로 불리던 이스트 섬의 석상들을 마흔통의 필름을 망치고 찍어 냈다. 이상하게도 모아이 석상들을 찍으면 사진기의 고장이 잦다는 것을 믿고 싶다. 용암으로 이루어진 화산석을 다듬어 거석 문화의 꽃을 피운 모아이들은 라파누이라 불리는 주민들과 어울려 남태평양 뜨거운 바닷가운데 아직도 느린 시간을 살고 있었다. 나머지 마흔 통의 사진들도 얼마나 푸르른 빛이었으랴먄, 지금 남은 사진들을 보는 것으로 만족할 수 밖에.

화면 가득 넘칠듯 흐르는 빛나는 쪽빛 바다와 황금빛 하늘의 저녁놀, 라파누이들의 구릿빛 피부에 각인된 새 문양, 물고기 문양들... 우리의 태초 원시적 생명력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는 그 섬에 마음은 달려가고 싶지만, 그 곳이 뭍에서 멀게 떨어져 있는 것이 다행스럽다. 우리의 쌍스런 '쿵따리 샤바라'가 그 섬에 울려 퍼지고, '단란주점'간판이 내걸리면서 라파누이 아가씨가 도우미로 나온다면, 그 섬은 이미 없어진 것이나 마찬가지일 것 아닌가. 아스라히 검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넓은 바다를 하염없이 응시하는 모아이 석상의 무위한 표정은 인간의 속됨을 꾸짖는듯, 인간의 무상함을 비웃는듯 오늘도 맑은 하늘 아래서 의연히 버티고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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