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이, 세계오지를 가다 - 만화 오지 탐험, 이색 문화 체험 반쪽이 시리즈 2
최정현 글 그림 / 한겨레출판 / 1999년 6월
평점 :
절판


역시 지옥이 아닐까. 심심한 천국 사람들이 자원해서 지옥을 간다니까 말이다. 평등 부부로 유명한 반쪽이가 세계의 오지를 갔다 왔다. 우리 아들 이야기로 오지가 다섯 나라냐고 묻던데, 글쎄, 다섯 나라 이상이긴 하지만, 정말 우리 삶과는 다른 단순한 삶은 사는 나라들의 이야기였다.

아직도 수천년 전의 삶을 영위하고 있는 파푸아뉴기니나 탄자니아 등의 원시적 생명력, 그리고 신화 속의 아마존을 본딴 인류의 허파, 밀림의 젖줄 아마존 강, 이과수 폭포와 미션, 공산주의와 식민지의 고난의 역사를 기록한 우즈베키스탄의 조선족도 한국인도 아닌 '고려인'들... 수많은 동서 냉전과 독재자의 핏자욱이 아직도 남아 있는 많은 국가와 많은 부족들의 이야기.

역시 여성의 권익을 보호하는 입장에서 바라본 시각을 읽을 수도 있었지만, 미술 전공자의 재치있는 그림과, 여행이 주는 들뜬 기분이 차분한 기록 정신으로 남아있는 좋은 책이었다. 세계를 돌아 볼 기회를 가진 그에게 부러움이 느껴진다. 어떤 면은 위험을 감수하고 다니기엔 좀 무서운 곳이라 이렇게 만화 속의 저편에 두고 읽기가 맘 편한 오지들...

아쉬운 점이라면, 너무나도 여러 문화의 남성들이 전쟁을 빙자하여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여성들이 노동과 육아를 담당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반쪽이는 이것을 독재국가(우리 나라는 무슨 문제가 생기기만 하면, '공산당이 쳐들어 온다'고 하는 양치기 소년의 습성을 가진 대표적 국가 아닌가)이 횡포에 비유하곤 했다.

가능하다면, 작가의 날카로운 시각으로 우리 나라의 여성 정책의 등대가 될 밑그림을 보여준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 그러려면, 중국이나 일본, 스칸디나비아 등의 여성 선진국의 면모들을 그려주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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