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도마뱀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옥희 옮김 / 민음사 / 1999년 2월
평점 :
닮은 점이 많은 소설이라고 읽었다. 요시모토 바나나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이름을 몇 번 들은 적이 있지만...몇 년 전인가, 하루키이 소설을 읽고 당황한 적이 있다. 일본과 우리의 거리가 엄청나구나. 이런 소설이 일본인들의 마음에는 어필할 수도 있구나, 하고. 그렇지만, 바나나의 소설은 정말 작은 이야기이다. 이 글들을 읽다 보면, 나의 운명, 삶과 이 세상, 죽음과 저 세상,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로운 것들의 의미 같은 것들을 불현듯 만나게 된다. 우리에게 아무 것도 가르치려고 하지 않지만, 그가 보여주는 단편적인 삶의 조각들에서 우리는 어떤 삶이 가치롭다고 단정지으려고 하는 우리들에게 우울함을 보여주어 상쾌하게 만들기도 하고, 절망을 비쳐 주면서, 사는 것의 희망을 언뜻 번뜩이기도 한다.
절망하지 않은 사람이 갖는 희망은, 절망해 본 사람이 갖는 희망과 의미가 다른 것이므로, 그녀의 이야기가 주는 희망의 메시지는 후자의 희망을 잘 보여주는 거다. 매일 희망을 가졌다가, 절망하고, 다시 절망을 벗어나 희망차려고 힘쓰는 사람에게는 가끔 휴식이 필요하다. 그러나 휴식할 여유가 없다고 핑계대면서 아무 대책없이 피곤에 찌들려 절망 속에 살다가, 희망 속에 잠든다. 일본인의 가벼운 삶의 터치가 죽음과 운명이란 무거운 주제와 조화를 이룬 뛰어나지 않지만, 삶에 대한 무당(巫)적 해석이 강한 소설이다. 일본의 전형적인 인생관이 잘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 바나나의 별 거 아닌 소설을 원문으로도 읽고싶다. 일본이 잘 보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