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성자
미국수피즘협회 / 정신세계사 / 1989년 7월
평점 :
절판


난 매일 청소를 하지 않는다. 어쩌다 한번, 하늘이 시리도록 맑은 날, 비가 구질구질 내려서 아무 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 날. 우선 따끈한 차를 한 잔 마시고, 청소를 한다. 그렇다고, 열성적으로 빡빡 문지르는 청소는 아니고, 옛날에 쓰던 지금은 쳐박아둔 사물들을, 쪽지들을 살펴보고 읽어 보고, 혹은 버리고, 혹은 다시 정리하곤 한다. 아내는 청소를 하는건지 어질러 놓는건지 모른다면 핀잔이지만, 나는 그래도 마음이 깨끗해 짐을 느껴 상쾌하다.

이 책은 천천히 읽어야 한다. 오래 전에 내가 아주 어릴 때 이 책을 읽었다. 그 땐 무슨 의미였던지도 몰랐던 많은 이야기들을 다시 읽으니깐, 요즘 내가 생각하는 삶의 무게와 어울려 화음을 울린다. 확실히 독서라는 작업은 정신 세계의 상승과 어울리는 노동이다. 정신 세계가 삭막하고 찌들어 있을 때의 독서는 기억에 남는 부분도 별로 없고, 그저 검은 활자를 읽는다는 외엔 무의미한 작업일 때가 많다.

제일 감명받은 이야기는 처음의 바른이 이야기, 꼬마 성자와 열일곱번째 이야기, 어느 해바라기 씨앗의 일생이다. 인간 존재의 한계와 존재의 본질 탐구는 우리 삶의 과제가 아닐까. 오늘도 내가 내게 묻는다. 너 자신은 무엇인가. 너는 왜 사는가. 답은 몰라도 좋다. 웃을 수 있다. 나는 왜 사는지 궁금하니까. 그걸로 즐겁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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