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 학고재신서 1
최순우 지음 / 학고재 / 1994년 6월
평점 :
절판


한국을 보려면 어디로 가야 할까요? 하고 누군가가 물어본다면, 난 주저하지 않고 부석사 무량수전에 데리고 갈겁니다. 무량수전은 사실 오래된 목조건물이고 그 배흘림기둥이 아련하게 맵시있다는 것, 주심포식 기둥 처리의 간결함 등 외에 우리가 감탄할 건물은 아닙니다. 우린 전문가가 아니니깐. 오히려 무량수전에서 뒤로-오 돌앗! 해서 내려다 본 태백산의 산줄기의 시원한 눈맛이란... 난 부석사가 좋아 힘든 길 머다않고 찾아갔더니만, 수학여행 왔다가 뛰어내려오는 중학생 녀석 왈, '야(친구들에게), 올라가지 마라, 볼거 하나도 없더라.'

알면 사랑하고, 사랑하면 보이나니 그 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하긴 중학생 수준에 뭘 알겠나 마는, 그 봉황산 중턱에 삼단으로 축대를 쌓고서야 시원한 영주 쪽의 눈맛을 제공하려던 우리 선조들의 명당에 대한 풍수의 눈은 어느 나라의 장인들에게도 뒤지지 않는 탁월한 명견이었던 것이다.

또 한군데, 토함산의 석굴암이다. 석굴암 가는 길을 걸어 갔던 이십 오 년 전, 한 시간 걸리는 굽이굽이 황톳길은 정말 한국적이었건만, 지금은 자동차로 오 분 남짓이면 주차장에 도착한다. 석굴암의 부처님을 아래서 우러르는 것만도 감격에 겨운 일인데, 사방 열 다섯 장의 병풍식 보살님들, 십일면 관음보살님, 문수보살님... 그리고 감실 부처님들... 정말 감격적인 조각인데, 멀리서 우러르는 것만이 안타까울 뿐이다.

그리고, 꼭 데리고 가고 싶은 곳이 '비원'이다. 왜냐면, 내가 아직 못 가봤으니깐. 대학 시절엔 천팔백원이 비싸서 비원엘 못 들어갔다. 그리고 시간을 기다려야 했으니깐... 그 숱하게 많던 시간 중에 몇 분을 못 기다려서 아직 비원을 못가본 그 아쉬움은 참 길다.
서울 사는 친구들이여, 제발 비원 좀 가 보게. 창경궁, 덕수궁, 경복궁, 종묘, 많이도 다녔건만, 비원 못 가본 건 참 아쉽다.

그리고 다른 박물지들은 워낙 전문적인 식견이라야 하고, 또 최순우님의 글은 유홍준 류에 비해서 너무 전문적이다. 이 책이 쓰여지던 당시만 해도, 큐레이터의 대중적 발언이 덜하던 때라서 그런지, 단편적인 글이라도, 잘 넘어가지 않는 어려움이 있다. 이 책을 사서 읽으려던 분들은, 차라리 유홍준의 답사기를 몇 번 읽으시고, 발로 답사 하시길... 그리고, 부석사는 꼭 가 보세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