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의 마지막 수업
모리 슈워츠 지음, 김승욱 옮김 / 생각의나무 / 1998년 10월
평점 :
절판


우리는 누구나 죽는다는 걸 알면서도, 자신이 죽을 것을 아무도 믿지 않는다. 우리는 어떤 상황에 본능적으로 반응한다. 기분 나빠 하기도 하고, 즐거워 하기도 한다. 흐뭇해 하기도 하고 실망하기도 한다. 그리고나서 자기의 대응책을 세우기 마련이다. 모리선생님은 루게릭 병이라는 죽음의 신 앞에서 남은 시간을 현명하게 쓰기로 결심하신 분이다. 죽음에 대한 그의 반응은 역시 두려워하는 것이었고, 모든 삶의 희망을 잃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의 대응은 온 세계를 죽음에 대한 질문으로 몰고 갈만큼 귀중한 것이었다.

어떤 이는 잡스런 이야기를, 읽을 가치도 없는 이야기를, 별로 잠언이랄 것도 없는 이야기를 책으로 내느냐고 하기도 하지만, 죽음의 앞에 서 보라. 죽음의 앞에 선 사람 옆에라도 서 보라. 얼마나 사는 것이 힘겹고, 부끄러운 일인지를.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살고 싶어하던 내일이 바로 내가 살고 있는 오늘인데, 나는 오늘을 얼마나 보람차게 살고 있는 것인가. 차라리 그렇게 살고싶어하던 그 이에게 주고 싶은 하루는 아닐까. 겸허하게 남의 이야기를 들을 줄 아는 세상이었으면 한다. 나부터 남의 이야기에 귀기울일 줄 아는 대응자세를 배우고 싶다. 사실 이 책에 새로운 것은 없다. 다만, 누구나 죽겠지만, 죽음을 맞는 태도도, 죽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한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

정말 좋아했던 사람이 죽음을 눈 앞에 두었을 때, 나는 용기가 없어서 몇 번 찾아 가지도 못했다. 만약 그이가 아직 살아 있다면, 그렇다면 매일 찾아가서 얼마나 악화되었는지도 웃으면서 물어보고, 즐거운 책도 읽어 주고, 모리의 마지막 수업 책이라도 읽어줄 수 있을텐데... 남은 식구들은 걱정말라고, 정말 사랑하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은데... 그 땐 왜 몰랐던가. 나의 어리석은 어렸던 마음이 아팠지만, 한 번 한 잘못을 다시 저지르지 말자고 다짐한다. 파도는 해안에 부딪쳐 사라지지만, 바다는 사라지지 않으니까. 인류의 삶이 계속되는 한 우리는 파도가 아니라 바다의 일부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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