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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엠툰
정헌재 지음 / 청하 / 200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앓지 않은 사람은 이 만화시를 읽고 '좋다'고 할 거다. 앓아 본 사람은 이 만화시를 보면서 얼굴이 화끈거리기도 하고, 눈가가 시큰거리기도 하고, 멍하니 한 페이지를 바라보면서 책장 넘기기를 잊기도 한다. 가슴이 뻥 뚫린 마음. 그리고 너는 내 곁에 없는데, 나는 네가 그리워 어쩔줄 모르는 마음을... 아는 사람은 차마 이 책에 대한 비평을 가할 수 없다. 그저 동감할 뿐. 앓은 사람뿐 아니다. 이런 저런 사정으로 남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도 이 책을 보면, 쉽게 페이지를 넘기기 어렵다.
나의 한 마디가 그이를 얼마나 마음 아프게 했을까. 내가 상처준 며칠간이 그이에게는 얼마나 기나긴 어둠의 터널이었을까. 부서진 사진기 속에 짓눌린 이미지로 남아 있는 기억의 터널 속을 헤매이는 담배 연기같은 'loveholic'의 진한 추억을 가슴 한켠에 오롯이 심어놓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이 책은 만화시로서 충분히 서정적인 감동을 주고, 만화로서의 재미도 준다. 문학적으로 가치롭다기 보다는, 시의 독백 형식의 외로움을 초월하기 위해서,새로운 방법의 의사 소통 방식을 찾아냈다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