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토의 눈물
구로야나기 테츠코 지음, 김경원 옮김 / 작가정신 / 200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전에 구로야나기 테츠고의 '창가의 토토'를 감명깊게 읽었던 기억이 나서, 이번엔 속편인가 하고 서점에서 펼쳐 보았다가, 서가 옆에 쪼그리고 앉아 두 시간을 꼬박 읽었다. 우리가 툭하면 들르는 동물원의 동물들을 막상 아프리카의 대부분의 아이들은 모른다는 엄청난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눈물조차 말라붙은 아이들이 '행복하세요'라며 감동적인 말을 남기기도 했고, 전쟁과 폭력, 쇠붙이에 시들어가는 전 세계의 어린 생명들이 떠올라 가슴 아렸다.

김춘수 시인의 '부다페스트에서의 소녀의 죽음'이 떠오른 건 왜일까. 동구의 시린 겨울 소련제 총알 수발이 부다페스트 소녀의 두부를 삼십보 상공으로 날렸던 57년 겨울, 김춘수는 7년 전 한국 전쟁의 한강의 모래알을 쥐고 죽어갔던 한강의 소녀를 떠올렸다. 나는 1년 전, 미제의 탱크 캐터필러에 짓눌렸던 조선의 효순이 미선이와 부시 일당의 총칼에 난자당한 이라크의 순박한 아이들의 눈빛이 가슴을 찌르는 걸 피할 수 없었다.

우린 촛불 하나 켜 놓고, 스스로 위안하고 있지 않은가. 이 세계에는 아직도 수천만의 아이들이 피가 모자라고, 밥이 모자라서 죽어가고 있는데, 우린 먹는 데 너무 지나치게 집착하는 돼지로 변해가고 있는 건 아닐까.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센의 부모님이 변해갔듯이... 개성없는 가오나시들이 되어 무기력하게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깊이 반성하게 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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