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놈은 멋있었다 - 전2권
귀여니 지음 / 황매(푸른바람) / 2003년 3월
평점 :
품절


고3 아이가 쓴 소설이래서 뭔가 시시할 거라 생각하고 읽었다. 인터넷 소설이 한계가 뻔한 거 아닌가. 역시 읽다보니 줄거리도 뻔하고 애들 노는 세계가 너무 좁은 게, 우연성 투성이고, 시시하고 인내심을 가지고 읽게 되었다. 학교 담 넘다가 키스하게 될 확률을 따진다면, 내가 대통령이 되는 확률이 더 높을 것이다.

그런데, 읽다 보니까 생각이 바뀌었다. 야, 이 아이가 소설 쓰는 법을 제법 아네 싶었다. 주인공 지은성과 한예원 이야기는 유치찬란, 눈꼴 신 그대로 였지만, 숨어있는 친구들의 사랑 이야긴 이 소설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서로 사랑하면서도 엇갈려가는 사람들의 시린 가슴을 열아홉 소녀가 이렇게도 절묘하게 풀어낼 수 있다니, 사실은 지은성과 한예원은 마지막 사랑을 풀어내기 위한 도구가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리고, 김한성이 예원아, 회사 다녀 올게. 하면서 집을 나서는 대목은 정말 쇼킹했다.

고등학생 주제에 이렇게 잘 써도 되나, 세상을 이렇게 많이 알고 있어도 되나 싶었고, 귀여니의 다른 이야기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수업 하다가 여학생들에게 물어 보니 늑대의 유혹인가 하는 책은 더 재밌단다. 아무튼 인내심을 가지고 끝까지 읽을만 했다. 그리고 조만간 다른 책들도 읽어 볼 계획이다. 앞으로도 좋은 작가 수련을 쌓기를... 건투를 바란다. 지금 많은 작품을 써서 스타덤에 오르는 것도 좋지만, 조금씩 쉬는 것도 좋은 일일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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